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
친정엄마에게도 더는 살갑게 대하지 않고 늘 적정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조금씩 속얘기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이 마흔셋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기 때문일까. 별일 없이 지나가주면 너무나 다행이지만,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기에 주변 사람들과도 서서히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들이 받는 상처 또한 클 테니 어쩌면 지금으로서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기도 했다. 적어도 그녀의 건강이, 수술이 안정적으로 종료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그녀는 더 이상 슬퍼할, 아파할 겨를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 아주아주 독하고 외롭게.
이렇게 얄궂은 운명일 줄 알았더라면 그냥 도덕적 관념이나 남들의 눈치 따윈 보지 말고 인생의 일부쯤은 그냥 되는대로 대충 살아볼걸 후회했다. 열심히 살지 말걸. 나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살아볼걸.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터였다. 수술 후에 잘못될 수도 있다는 그 막연한 불안감은 호르몬 주기에 따라 그녀를 늘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괴로움을 잊기 위해 더욱 필사적으로 승현이 교육에만 매달렸고 승현이의 성적이 잘 나와줄 때마다 마치 보상이라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알리 없을 것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엄마가 먼저 떠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은 그녀를 하루하루 더 말라가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더욱 살고 싶다는 욕망은 또렷해졌다.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한다. 아니, 반드시 살아야 한다.’
이른 아침 지안은 부랴부랴 소고기 주먹밥을 만들어서 식탁 앞에 부스스 앉은 승현이가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사춘기 아들을 바라보는 아픈 엄마의 마음에는 늘 만감이 교차한다. 근심 어린 마음으로 조심스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만 아직 잠에서 덜 깬 승현이 계속 식탁에 엎어지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아 더 자고 싶은데
어쩌지 미안해서.
지안이 부드럽고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승현이를 달래자 이내 바로 순응하는 아직은 아이 같은 면모가 남아있는 승현이다.
오늘은 지안의 아들 승현이가 수학학원 레벨테스트를 보러 가는 날이다. 승현은 이제 입시 대비수업에 바짝 열을 올려야 하는 시기이기에 여기저기 입학테스트를 보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남편은 항상 최고 학원의 탑만 만을 지향하기에 아이를 꼭 합격시키라면서 닦달했고, 지안 역시 지금은 승현이의 고교 입시에 혈안이 되어있는 상태였기에 아침부터 매우 긴장한 상태였다.
-엄마. 근데 이 시험 꼭 봐야 돼? 나 시험 보기 싫은데. 그냥 지금 다니는 학원도 좋단 말이야.
승현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순간 현재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이 동시에 치솟아 오르며 욱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심호읍을 가다듬고 이내 진정하며 단호히 말했다.
-승현아. 너도 이제 중2이면 입시 대비반으로 이동하는 게 맞아. 너도 이제 절대 어린 나이가 아니거든? 엄마가 뭐라고 했지? 이 동네는 유치원부터 전쟁이라고 했지. 이제 다 왔는데 여기서 밀려나면 죽도 밥도 안되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엄마는 맨날 공부공부. 내 친구들은 게임도 자주 하고 나처럼 학원 많이 안 가는 애들도 있단 말이야.
승현은 또 입을 삐죽 내밀면서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순둥이 아들이라지만 반항기의 아슬아슬함을 지나고 있는 사춘기 나이인 만큼 지안은 이 위기를 빨리 모면해야겠다는 생각에 잽싸게 주의를 환기시킨다. 바로 승현의 눈을 마주치며 조용하고 나긋하게 태세를 전환한다.
-어차피 해야 할 미션이면 우리 멋지게 클리어해버리자. 대신 오늘 시험 끝나면 친구들이랑 게임 오후 내내 하게 해 줄게.
승현이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진짜, 진짜지?
지안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기분 좋게 손도장까지 찍으면서 마무리한다.
-그렇게 좋아? 우리 아들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았나 보다. 엄마가 우리 아들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지안은 그제야 아들에게 미안해져서 빤히 바라보면서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 저작권등록.- 작품 협업문의 환영-
저자 순수 창작물.
등장인물은 허구.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 초고 묘사 수정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