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
학군지에서 살다보면 정말 엄마가 독해져야 할때가 많지만 지안은 워낙 태생 자체가 독하지 못한 탓에 아이가 힘들어할때마다 매번 안쓰럽기만 하다.
발달 장애를 가진 동생 덕에 늘 온전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지 못한 아이다. 형이라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인지 언젠간 동생을 데려와야 한다는 부담감에 늘 사로잡혀 있으며 자신이 동생의 몫까지 대신 잘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이제 사춘기의 뇌를 가졌기에 어느 정도 판단 인지 능력이 발달되었고 아빠가 엄마를 여자로 보지 않고 단지 아내로만 대한다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느끼는 것 같다.
조금 더 행복한 가정에서 키웠다면 훨씬 더 그늘 없이 자랐을텐데 아이는 밝았지만 매사에 완벽주의적 성향과 예민한 면이 있다.
늘 자신이 일등을 해야하고 주목을 받아야 직성에 풀렸기에 지안은 늘 신경이 쓰인다. 남들은 행복한 고민이라고도 하지만 지안은 승현이 왜 그러는 너무 잘 알기에 엄마 아빠의 부담까지 어린 아이에게 짊어준 것 같아서 늘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승현이를 학원가 사거리에 있는 대형학원에 내려주고 부랴부랴 이동한 곳은 근처 브런치 카페다.
그곳엔 돼지엄마 진호엄마를 중심으로 네명의 엄마들이 이미 모여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수군거리다가 지안이 들어오니 찬물을 끼얹은 듯 갑자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하게 화제를 전환한다. 그녀들의 그런 태도는 늘 지안을 불쾌하게 만들었지만 지안은 아무렇지 않은척 태연하게 자리에 앉는다.
오늘 모인 엄마들은 의사 사모님 진호 엄마, 동대문 큰 손 민재 엄마, 강북에서 넘어온 영재 엄마, 그리고 지안을 포함한 총 네명이었다. 이들은 요즘 영재고 대비 시즌을 맞이해서 새롭게 구성된 팀이다.
돼지엄마인 진호엄마는 이 바닥에 오래전부터 고인물로 워낙 마당발이고 아이도 어릴때부터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룹 사이에서는 리더를 담당하고 있으나 솔직히 실력은 승현이가 훨씬 좋은 편이었다. 그렇게 승현네가 갑자기 이사오게 되면서 이 바닥에서 서열이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에 진호엄마로부터 항상 은근한 견제와 시샘을 한몸에 받는 그녀였다.
-이번 시험 어렵지 않을까요? 작년에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잖아요.
-그러게요. 덕분에 우리 애들만 피보는거 아닌지몰라. 그래도 진호는 워낙 잘하잖아요
-잘하긴요, 요즘 사춘기가 오는지 자꾸 잠을 자요. 어제도 9시부터 졸고있길래 오답도 못보고 재워버렸네요. 승현이는 준비 많이 했죠?
엄마들의 시선이 일제히 지안에게 쏠리고 일등엄마 지안이 어떤 대답을 할지 내심 궁금하다는 눈초리였다.
-저희애도 요즘 사춘기가 왔는지 확실히 공부양이 확 줄었어요. 중2병이 요즘 빨라진다고 하던데 걱정이네요.
타이밍을 놓칠세라 급하게 지안에게 엄마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늘 이런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기도 했고, 불편한 만남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동네에서 적응하려면 엄마들 모임은 필수였기에 아이를 생각해서 꾸역꾸역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참! 승현이 아버님은 이번에 또 학원을 확장하시는거예요?
-네 그렇게 됐어요.
지안은 다소 민망하다는 듯이 대답했다.역시나 이 바닥에서는 소문이 참 빨랐다.
-어머! 너무 부럽다.울 애들 영어도 잘좀 부탁 해요.승현이는 얼마나 좋아.아빠가 유명 영어학원 원장님이시고.
규호의 학원사업은 빛좋은 개살구였으며, 남편은 이미 이 바닥에서 어느정도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그걸 모를리 없는 엄마들이지만 학원가의 고인물이며 큰 손이라는 이유로 감히 그녀에게 만큼은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들은 그저 지안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는 것 뿐이었고 이런 모든 상황들이 지안은 매우 역겹기만 했다.
솔직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편만 아니었다면 이런 자리 역시 당당하게 빛났을 그녀였다. 뭐하나 뒤쳐질게 없었는데 그의 만행들은 늘 그녀를 주둑들게 만들었다.
-전 병원장님이 더 부러운데요?
지안이 잽싸게 화제를 다른 엄마에게 전환한다.
-말도마세요. 요즘 치과도 경기가 안좋아서 예전만 못해요.동대문사업은 잘 되죠?
이번엔 동대문 큰손 민재 엄마에게 일제히 시선이 주목된다.
-동대문은 때돈 긁지모.부럽다!
그나저나 의대를 또 증원한다는데,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정말 어쩐대요.
-그러니까요. AI시대라는데 의대 지향하는건 맞는지도 모르겠고. 영재고에서는 이제 의대 못가게 막는다잖아요. 난 차라리 영떨이가 목표라니까.
-카이스트에서도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데요?
-어디라도 좋으니 일단 걸어두고 반수를 시키던, 재수를 시키던 해서 의대 보내야죠.
화제는 자연스럽게 또 입시 얘기로 전환된다.
그녀들의 목적은 일단, 넉달 남은 영재고 입시를
잘 치루는 것이었다.
-도대체 경시관은 왜이렇게 시험이 어려운거예요? 애들 피마르겠어요. kmo 끝나면 막 수학실력이 날라다닐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던데요? 이번엔 과학 올림피아드 준비까지 정신이 없네요.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이 죄다 오니까 그 중에서도 서열을 또 나누려면 어쩔 수 없는거죠. 덕분에 이렇게 빡세게 하면 나중에 고등학교 가서는 좋다잖아요. 오는 사춘기도 막을 수 있고.
이곳은 늘 만나기만 하면 이런식으로 아이들 교육얘기에 여념이 없다. 그녀들은 주로 입시를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었기에 관심은 온통 사교육 정보와 아이들의 성적에만 있었다. 영어유치원때부터 형성된 이 모임의 아이들은 그 시절부터 내로라 하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고 중2가 된 지금도 다들 여기저기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 단연 승현이 늘 으뜸이었기에 어딜가나 주목받고 시샘받는 존재가 되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한참의 티타임을 끝낸 그녀들은 다시 학원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 서둘러 이동한다.
- 저작권 등록 완료. 협업 문의 환영.-
저자 순수창작물.
등장인물들은 허구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