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
그렇게 엄마들의 수다가 끝나갈 때 쯔음, 아이들 수학테스트가 끝나가고 엄마들은 다시 학원 설명회로 이동했다. 넓은 강의실로 입장하자 오프닝음악으로 흘러나오는 [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내 아이가 지금 시험을 잘 보고 있는 건지 과연 결과는 잘 나올지 다소 긴장된 엄마들은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으로 오프닝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음악의 중반부쯤 강의실로 등장하는 한 남자. 말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그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승호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순간 속으로 노래 가사를 음미하던 지안의 심장이 너무 놀라서 빠른 템포로 요동치더니 쿵 내려앉는다.
'승호?'
혹시나 비슷한 사람일까 싶어서 다시 뚫어지게 바라보니 목소리까지 똑같다. 지안은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안의 심장이 매우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주인을 알아본 것처럼. 잠시 후 그의 시선이 지안 쪽을 향하자 고개를 푹 숙이고 긴 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심장은 계속 콩닥거렸고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승호는 여전히 그 시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균형 잡힌 몸매에 블랙 수트는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시절보다 더 자신감 있고 중후해졌달까.
그의 소식은 잊을만하면 친정엄마와 대학 친구들을 통해서 종종 들을 수 있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인과 함께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그저 잘 살고 있겠거니 싶었던 그가 지금 지안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여기 이 말 많은 동네에서.
살면서 언젠간 한 번쯤은 우연히라도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결코 아니었기에 급작스러운 해프닝에 연신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았다.
-어머님들 안녕하세요~! 대표원장 김승호라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 입학 테스트 준비 시키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죠?
여기저기서 그를 환영하는 엄마들의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지안은 계속 고개를 푹 숙이고 핸드폰만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어떡하지 나가야 되나를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머님들 오늘은 제가 의대 입시 관련해서 변화된 사항들을 좀 정리해서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전에 혹시 이 자리에 나는 우리 아이를 절대 의대에 보내지 않겠다는 분 계신가요? 손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 순간 승호는 한 구석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지안을 발견하고 그 귀여운 모습에 갑자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역시 이 자리에 계신 어머님들은, 여기까지 온 목적이 확실하십니다. 어머님들의 니즈대로 저희 학원의 주목적은 수학선행을 위한 아이들의 모집입니다. 그런데 아무나 모집하느냐? 절대 그럴 순 없겠죠. 저희는 대치동 탑 오프 더 탑 아이들만 추려 낼 계획입니다.
그렇게 승호의 설명회는 계속되고, 지안은 승호와 눈이 마주칠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리는 이 와중에도 그의 목소리는 아주 또렷하고 선명하게 그녀의 귓전에 박힌다.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멋있었다. 아니, 그때보다 발음은 훨씬 더 또렷해졌고, 차분한 중저음의 톤은 묻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가히 충분했다. 워낙에 강사일을 오래 해온 그였기에 말투 속에는 전문가다운 확신과 대중을 사로잡는 흡입력이 있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가 그렇게 지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은 다시 17년 전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30분 전.
승호는 떨리는 마음으로 원장실 창밖으로 지안이 학원 입구로 들어오는 것을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아름다웠고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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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묘사 수정중. 협업문의 환영.
등장인물들은 저자 순수창작물= 허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