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
첫사랑이 주는 그 설렘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의 눈빛은 더욱 빛나기 시작했고 초점은 계속 그녀를 향했다. 지안의 미소를 멀리서 지켜보는 순간 그의 심장이 다시금 요동치는 것을 느꼈고, 그는 여전히 지안에게만 반응하는 그의 심장을 이젠 애써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지안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아려온다.
세월이 약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렇다. 그에게 그녀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 진해지는 포도주과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오프닝 설명회에 입장했다.
그리고 지안과 눈이 마주칠까 봐 애써 외면하면서 오프닝 멘트에 힘을 실었다.
‘지안아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잠시 후에 그가 퇴장하자 술렁이는 강의실, 지안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면, 승호는 이미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지안은 작게 한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원장님이 퇴장하자마자 멋있다고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고 지안은 그저 가만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쿵쾅대며 뛰던 가슴이 제법 진정한 듯 하자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원장님 소문대로 너무 멋있다.
한 엄마가 부끄럽지도 않은지 천연덕스럽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가지고 과외시장에서도 인기몰이하다가 여기까지 오신 거래요. 실력까지 좋아서 원래는 강북에서 학원 운영하시다가 너무 잘되니까 여기까지 확장하신 거라는데요. 여학생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젊었을 때는 꽤나 피곤하셨는데 지금은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덜한 거라네요.
-나이 들어서 덜하기는, 딱 보니 이번엔 엄마들 인기몰이도 장난이 아니겠는데? 조심하셔야겠어. 역시 여자들만 미인계가 통하는 게 아니라니까, 남자들도 미남계가 엄청 잘 통해.
여기저기서 줌마들이 맞장구치고 낄낄거리면서 대화하는 소리들을 뒤로하고 먼저 강의실을 빠져나오는 지안은 빨리 이 학원을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 어차피 승현이만 올려 보내면 되니까 마주칠 일이야 없겠지.
지안이 부랴부랴 빠져나가는데 갑자기 복도의 한 강의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누군가가 지안을 휙 낚아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에 승호란걸 알아버린다. 지안은 너무 당황해서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 아 깜짝이야
승호 역시 매우 떨렸지만 그저 태연한 척 짓궂은 표정으로 지안을 빤히 바라봤다
-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지안은 마치 수줍은 아이처럼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으.. 응... 너무 오랜만이네..
-어허. 너는 왜 나를 보고도 그냥 도망가는 거야? 인사는 하고 갔어야지.
장난기 어린 그의 위트는 여전하다.
'그래 내가 그의 저런 모습에 반했었지' 지안은 그제야 그 시절 그의 매력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아니... 인사하려고 했는데 엄마들 보는 눈도 많고 좀 그렇잖아. 워낙 예민한 동네라.
애써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녀도 그를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지안은 이 순간에도 엄마들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 동네는 워낙에 보수적이고 말이 많은 동네라서 여기저기에서 스캔들이 수도 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번 달에도 A학원 원장님과 실장님의 스캔들을 포함해서 B학원 원장님과 학부모의 스캔들까지 벌써 그녀가 들은 사건만 해도 두건이다. 물론, 사실 확인 유무는 엄마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엄마들 눈치 보이니까 나 먼저 나갈게. 오늘 반가웠다. 우리 아들 너네 학원에 잘 좀 부탁한다. 동창 찬스 뭐 그런 거 없니?
-옛설. 명심하겠습니다.
여전히 호탕한 승호였다. 지안은 횡설수설하면서 부리나케 그 자리를 빠져나왔고 승호는 그런 지안의 뒤에 대고 끝까지 천연덕스럽게 장난을 쳤지만, 심장은 한없이 뛰고 있었다. 행여나 들킬까 봐 태연한 척 우연인척 하느라 아주 애를 먹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났다.
십칠 년 후.
그것도 여기 말 많은 학군지 학원가에서.
-- 초고수정중-
저작권 등록 완료.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허구..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