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el Dec 17. 2023

키즈존

나도 걱정이다.ㅠ

가족 외식을 나왔다. 식당 계단을 올라가며 엄마는 나를 힐끗 보더니 빨리 안 오냐고 다그친다.

엄마랑 나는 걸음 크기부터가 다르다.

엄마는 내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 해봐야 된다며 잘 도와주지 않는다.

계단 오름도 천천히 해봐야 된다 해놓고 저만치 먼저 올라간 엄마는 마음이 변했는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짧다. 식당은 키즈와 노키즈 공간으로 나뉜 곳이다. 엄마는 나 때문에 키즈 가능한 곳으로 예약했나 보았다.

식당에 도착하니 한 곳이 우리들이 놀 수 있게 놀이터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나는 앉지도 않고 뛰어갔다.

조금 놀다가 자리로 돌아오니 엄마의 기분이 별로였다. 아빠랑 나누는 대화에서 알게 되었다.

아마도 어떤 아이가 놀이터로 뛰어가다가 엄마에게 부딪힌 모양이었다.

엄마는 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키즈 공간을 가지만 키즈존을 싫어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시끄러운 것도 싫지만 아무리 키즈존이라 해도 아이들에게 무성의한 엄마들의 모습도 싫다고 했다. 

지난번에 어떤 식당에 갔는데

아이들이 식당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우리 가족이 앉은 테이블 옆의 화분을 깨뜨렸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화분이 깨졌는데도 그 아이들의 엄마들은 보이지 않고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웃지만 우는 듯,

기분 별로인듯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사과하고 치우는 것을 보고 엄마가 작은 소리로 더 크게 짜증을 내었다.

알고 보니 여러 명의 엄마와 아빠들이 모임 하는지 한방에 모여 앉아서 술을 마시고 떠드는 것이 보였다.

본인들 아이들에게는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더 짜증 내며 또다시 나를 훈계시켰다.

내가 봐도 별로인 그 모습들 나도 다 보고 있는데...


엄마는 나보고 매번 잔소리한다. 앉아있어라. 뛰지 마라...

그래도 내가 엄마 마음에 안 들면 게임을 켜서 폰을 나한테 준다. 조용히 앉아있으라고. 그러면 나도 좋다.

폰을 보고 있으면 나는 생각 같은 건 할 필요도 없이 폰 속의 게임이나 영상이 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으면 되니까. 놀이터에도 갈 필요가 없다. 뛰어다닐 필요도 없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걱정이다. 이렇게 어린 내가 스마트 폰에 빠져도 되는 건지 걱정될 때가 있다.


집에서 내가 폰을 켜달라고 보채면 엄마는 짜증을 낸다.

사람은 책을 많이 봐야 한다며 동화책을 건네준다. 그런데 나는 책이 별로 재미없다.

빨리 움직이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스마트폰이 정말 좋은데 엄마는 집에서는 폰을 잘 주지 않는다.

‘아~ 식당에 가고 싶다.’

어쩌면 나도 스마트 폰이 없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운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