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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l Aug 11. 2024

미스,션샤인

미스터션샤인

남들 다 볼 때 안 보고 뭐 했는지 6년이 지난 후에야 미스터션샤인, 그 드라마를 정주행 하게 되었다.

하긴 매번 그랬던 것 같다. 겨울연가, 시크릿가든 등등.. 몰아보기 개취를 가진.

이번에는 그 드라마를 볼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진 않았지만 시대도 하 수상한 것 같고 어느 방송 시청 중

미스터션사인의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고 해서 보게 되었다.

다 보고 난 후 내소감은 애초 보지 말 것을.. 이었다.

굿바이 편을 보는데 나는 얼굴을 감싸 안고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머리도 아파왔다.

내가 왜 이것을 봤을까 하는 후회 아닌 후회, 아픈 후회가 밀려왔다.

구한말 조선의 위기, 밀정, 앞잡이, 일제의 폭압 등등.. 을 빼고 이 드라마에 대한 후기를 논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리움만을 적어두고 싶다.


처절한 역사 앞에서 키스신 하나 없이도 이렇게 애절할 수 있나? 애신&유진

정혼자이면서도 내 여인이라고 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가슴앓이 해야 하는 희성.

여인의 한복 끝이 손끝에 스치기만 했는데도 가슴이 베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동매..이시다 쇼

달려가는 마음을 내어 보이지 못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속으로만 삼켜야 하는 여인. 이양화,

또 다른 이름 쿠도 히나

나는 김은숙 작가의 대사들을 좋아한다. 미션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두를 사로잡는 시나리오.

유머와 시적인 감성을 더한 대사들 그리고 영상미.


고애신. 사대부 영애로 수나 놓으며 조신하게 있다가 집안이 맺어준 만석꾼 아들 희성과 정혼하면 될 일이었으나 집안에 흐르는 독립군의 피를 어길 수는 없었나 보다. '한성순보'와 '독립신문'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제 총구 안에서 좀은 과격하나 그녀만의 낭만을 찾고 있다.

의병에 군자금을 대어주는 할아버지. 독립운동으로 목숨 잃은 부모님... 

손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손녀만은 살아남기를 바라며 제 몸하나 건사할 수 있을 정도의

무(武)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 사대부 영애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며 이방인인 유진초이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어느 지붕 위에서 서로 두건을 쓴 채로.


유진 초이(Eugene Choi). 노비의 아들. 검은 머리의 미국인 사내. 이방인이라는 말은 그를 말해준다.

냉정함과 오만함을 가진 방관자인 듯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유진은 순정파인 듯하다.

본인의 엄마를 탐낸 어느 양반 때문에 주인 나으리의 폭압으로부터 부모는 죽게 되고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땅을 밟고 미국인. 미국 군인으로 성장하고 미국을 위해 조선으로 발령되어 온다. 조선과 유진은 서로 버리고 버려졌기에 어쩌면 더 냉정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운명이 내가 생각하듯 그렇게만 되진 않을 터이다.

적어도 애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냉정함이 유지되었을지 모르나 제 나라 조선을 구하려는 애신을 만나고 유진의 운명도 달라진 것이다. 애신은 조선을 구하려 달려가고 유진은 그런 애신을 향해 달려간다.


김희성. 할아버지는 유진 부모님의 주인 나으리.

부잣집 도련님이고 일본 유학파이며 십 년 만에 조선에 돌아온다.

애신의 정혼자이면서도 늘 목하 열애 중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몸에 장착한 듯하나 결코 가볍지 않음이 그의 매력이다.

다른 남자를 품은 애신에 대한 마음도, 의병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조선을 위하고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그를 보면 그의 진실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선명해진다.


구동매. 이시다 쇼. 조선에서는 소, 돼지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받는 백정의 아들.

양반보다 더 심한 민(民)의 수많은 횡포아래 살 수 없어 일본으로 달아났고 일본의 칼을 잡았다.

그 칼이 자신을 지켜준다 믿었다. 하지만 백정의 아들로 죽을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대부 영애. 애신.

사람구실을 하면 할수록 생각나는 그녀. 겉으로 내어놓지 못하고 속으로 꽁꽁 동여맨 마음.

동매 또한 사랑에 미친 순정파인지도 모른다.


쿠도 히나. 조선명 이양화. 양화가 되기도 전에 쿠도 히나가 되어버린 여인.

눈에 보이는 것은 그것이 나라든, 딸이든 상관없이 모두 팔아버리는 매국노 아버지로 인해

삶의 꽃이 피기도 전에 일본 늙은 거부에게 시집간다는 이름으로 팔려버린 그녀.

늙은 남편은 5년 만에 죽고 그가 남긴 막대한 유산은 쿠도 히나의 몫이 되었다.

보상으로 주어진 호텔 글로리의 상속녀.

앉아서 울기보다 매번 물기를 택하는 그녀 마음에 자리 잡은 이가 생겼다.

304호 이방인. 검은 머리의 미국인 사내. 그의 눈은 애신을 보고 있는데 제 마음은 그 사내를 향해 가고 있으니 애달픈 일이다. 그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내어놓을 수 없어 매번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


조선이 처한 상황과 주인공 한 명 한 명이 처한 위태함은 공중에서 줄 타는 느낌이다.

드라마를 지켜보는 나의 마음도 그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그를 위해 나를 내어놓을 수 있는 큰 마음들이 한없는 그리움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오늘을 사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방향등을 켜 주는 것 같아서 더 오열하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의 시대, 어차피 피었다 질 꽃이면 제일 뜨거운 불꽃이고 싶었다." -고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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