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방문기Ⅲ

세제 가루... 마약?

by rael

2024. 12. 20. 출국 ~ 12. 27. 귀국


어느새 창밖은 밝아져 있었다.

아직 폰의 시간은 03:30분이라고 알려주는데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훤하다.

이미 아침을 맞은 것이다.

뉴질랜드는 평소에는 우리나라와 세 시간 차이지만 그때 그곳에 서머타임이 적용되면서 우리보다 4시간이 빨라진다고 했다. 오클랜드 공항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다.


이제는 아까 받고 미뤄왔던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영문으로 '샬라샬라' 되어있어 부담스러운 종이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앱으로 입국신고서를 작성한다지만 그것까지 인터넷으로 작성하기에는 뭔가 내키지 않은 마음에 수기 작성을 선택했다. 한국에서 넷검색해서 갖고 온 신고서 번역본 양식을 봐가며 체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약이었다. 엄마의 고혈압약과 언니가 먹는다는 개인약은 병원에서 영문처방전을 받아와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나의 두통약과 변비약이 문제였다.

내가 가는 병원에서는 시골이라 그런지 두통 관련 영문처방전 발급이 어렵다했다.

그 병원 한정일 수 있겠지만, 한 번도 영문으로 발급해 본 적이 없었다 한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그 약을 증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약품리스트를 만들어오긴 했다.

불안한 마음에 두어 명의 승무원에게 문의하니 본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모두가 일반적인 사항만 알려줄 뿐이었다.

다만, 자세히 적어두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언대로 보수적으로 신고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문제는 뒤늦게 큰 조카(P)에게 들은 세탁 가루세제였다.

출국 전 공항에서 수하물 조율을 P에게 일임한 것이다. 본인 캐리어의 무게를 줄이는데 가장 용이한 것이

세제를 옮겨 담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내 수하물에 넣었다는 것이다.

하얀 가루라서 자칫 마약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승무원 말에 순간 머리가 쭈뼛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던 마음에 불덩이를 얹은 듯.

그때부터 불안과 긴장은 입국장을 통과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입국신고서에 그것을 따로 체크할 수는 없었기에 심사장에서 그것을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09:30분경. 오클랜드 공항 도착. 그때 한국은 05:30분.

(여담-1, 비행기 뒤쪽 좌석에 앉았다가 앞쪽 출입문으로 내리기 위해 걸어 나오는데 너무 놀란 장면이 있었다. 우리의 뒷모습이 아름답게,를 굳이 염두에 두지 않았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준법정신?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앉았던 자리의 뒷정리를 하고 나오는데 좌석마다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고 꽤나 놀란 기억이 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었다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좌석마다 담요와 1회용 슬리퍼. 쓰레기들이 뒤섞인 요란한 모습들...

나중에 우리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 모습에 너무 놀람과 외국인에 대한 완전 실망이었다는 소감일치였다.ㅎ)


2025. 12. 21일 아침. 한국을 떠나 진짜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물론 뉴질 입국 수속이 모두 잘 마무리되어야 기쁨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세탁 세제 문제로 서로 의견 나누었다.

불안한 마음에 뉴질 조카에게 다시 전화해서 의견을 받았다.

결론은 그것이 세탁세제임을 잘 알려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을 받고는 면세점을 지나 입국심사장으로 들어갔다. 긴장, 두려움, 설레임이 공존하는 시간.


대면 없이 eGate에 여권과 얼굴인식 후 3가지 질문에 답하고 게이트를 나와서

수하물을 찾는 1단계?를 거쳤다.

한층 내려가서 카트에 짐을 싣고 물품 검역장으로 이동했다.

신고 물품이 없는 P는 그린 라인(nothing to declare)으로 나 홀로 간다고 손을 흔들며 웃기까지 한다.

얄미운 녀석~~ㅎ

영문처방전을 갖고 있는 노모와 언니, 약에다 세제까지 안고 있는 나는 신고 물품이 있을 때 줄 서야 하는

레드 라인(Something to declare) 앞에 섰다.

같은 레드 라인에서도 언니와 갈라졌다. 나는 노모와 함께 차례를 기다렸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여권과 입국신고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기본.

차례가 되어 챙겨 온 약과 약품 리스트, 엄마의 영문처방전을 데스크에 올려주고

수하물에 빨래할 때 사용하는 세제가 들어있음을 설명하며 기도했다. 우리를 의심하지 않기를....

내가 건넨 약과 서류를 훑어보더니,

과체중에 약간 나이 들어 보이는 직원이 KFC할아버지 미소를 지으며 가라는 손짓을 해준다.

아마도 노모와 함께 있고 본인들이 원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그것을 설명하려는 내 모습에

거짓이 없음을 알아주었던 것 같다. 엑스레이로 짐 검사를 모두 마친 후에야 입국 심사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야호!! 드디어 오클랜드 공항이 제대로 보였다. 산같이 걱정했었는데 티끌?같이 가볍게 통과한 기분이다.


밖으로 나오니 TV에서 환영 피켓 들고 입국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던 그곳에서

웃음이 귀여운 작은 조카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여담-2, 뉴질랜드 입국 시 수하물을 찾고 이동하는 중 목줄을 한 큰 탑지견이 내 앞에 와서 짧게 킁킁거리다 옆에 있는 언니의 크로스백 앞으로 가서 킁킁거리며 서는 것이다.

탐지견의 목줄을 잡고 있는 직원이 가방을 열어보라고 한다. 안을 살펴보더니 지갑을 오픈하란다.

가방 속 현금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열어 보여주니 현금을 살펴보고는 개가 의심한 그 이상이 아니여서인지 가라고 한다. 휴~~ 덜컹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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