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해도 소용없다.

시간이 걸려도 순서는 지켜야 하는데....

by rael


부주의한 저를 신고합니다. 2025년 12월 **일.


여느 때와 같이 부산스레 퇴근 준비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았다.

누구나 그렇듯 퇴근할 때면 왠지 기분이 좋다.

아마도 출근의 부담감보다 퇴근의 홀가분함 때문이지 않을까 싶긴 하다.

물론 회사에 더 머문다 해서 힘든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날은 남편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샤브 음식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남편과 그날은 샤브 음식을 함께 먹기로 했다.

퇴근 후 저녁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이 운전대 마저 가볍게 여긴 것일까.


퇴근하고 약 15분가량 지나면 언제나 만나는 비교적 큰 사거리가 있다.

늘 지나던 2차선에 차들이 밀렸다. 다소 여유가 있는, 좌회전만 가능한 1차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밀린 상태로 신호가 바뀌면 한 타임 기다려야 하고 그 신호 지나 약 300m 앞 사거리에서 또 빨간 신호를 마주하게 된다. 2차선에 서서 직진해야하는데 급한 성격은 부지불식간에 나온다.

1차선이 좌회전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은 채 신호등만 생각하고 핸들을 돌려버린 것이다.

사거리의 신호가 워~ 워~ 나를 진정시킨다. 맨 앞 정지선에 서게 되었다.

신호등의 계산에 따라 일정시간이 지난 후 초록불 신호가 들어왔다.

‘차선을 잘못 들었어요, 나는 좌회전 아니고 직진할 거예요’라고

오른쪽 깜빡이 신호를 넣으며 좌회전하실 분은 먼저 가셔라는 듯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정말 약 10초가량 움직였을까.

퍽~~~

sticker sticker

2차선에 서있던 오토바이가 차의 조수석 앞머리에 와서 부딪혔다. 물론 2차선은 직진과 좌회전이 가능하다. 글로만 읽었던 ‘일순간 정적’을 만났다. 몇 초간 얼어붙은 느낌이었다.

오토바이는 넘어져 있고 그 오토바이의 주인도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레 차문을 열었다. 다가가서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다리가 오토바이에 끼여서..." 검은 퀵헬맷을 착용하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여자였다.

큰일이다 싶었다. 그 짧은 순간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다리를 크게 다쳤나 보다. 보통일이 아니다. 어쩌지,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다리 끼였다는 그녀보다 내 걱정이 먼저 앞섰다면 남들이 욕할까?

마침 그곳을 지나던 119 소방차의 소방대원이 다가오는 모습에 정신이 차려졌다.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건넨다. 오토바이에 끼여서 못 일어나겠다던 그녀는 스스로 일어났다.

절뚝거리며 걷는다.


남편과 보험회사에 연락했다.

지구대에는 내가 연락하지 않았지만 119구급차가 오고 경찰차가 신호대기 중인 것이 보였다.

소방대원이 신고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에 탑승했다.

나도 따라 구급차에 올라서 그녀에게 물었다.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만신이 아프다"

작은 소리의 그녀는 그때까지도 검은 헬맷을 벗지 않아서 얼굴은 보지 못했다.

"몸조리 잘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내렸고 구급차는 떠났다.

경찰과 보험회사 직원에게 차례로 면허증을 제시하고 짧은 사고 경위 설명과 블랙박스를 제공했다.

10대 중과실만 알았지 ‘지시위반’을 포함한 12대 중과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도로에 새겨진 지시를 위반한 것이다. 무조건 100%를 책임져야 하는 사고를 낸 것이다.


처음 충격과는 달리 119 소방대원님들 덕분에 조금 더 유연하게 처리되었던 것 같아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보험회사 연락 등 기초 처리에 대해 당부해 준 남편이 기다리는 식당으로 갔다.

처음보다 긴장감과 떨림은 줄었다.

남편도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라는 말로 사고를 마무리하고 식사를 마쳤다.

집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하는데 낯선 번호가 떴다.

*경찰서란다. 경찰서에서 사고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한 번의 긴장이 몰렸다.

면허증 갱신 말고는 경찰서와는 담쌓고 살아왔는데 조사라는 것을 받으려 경찰서 방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날 방문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경찰서에 도착했다.

수사관이 알려준 대로 가니 대형 컨테이너에 ‘교통범죄수사대’라는 문패가 걸려있었다.

임시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열악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수사대 안에는 4개의 책상에 하나는 상급자임을 표시하듯 ‘ㄱ’방향으로 놓였다.

수사관 한 명은 횡설수설하는 젊은 청년을 수사 중이었고

한 명은 컴퓨터와 마주하고 열심히 타이핑 중이었다.

내가 조사받게 될 수사관은 얼굴로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지만,

어젯밤 "교통범죄수사대로 오세요"

"이름이 너무 무섭네요"

"하하, 이름만 그런 것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라고 말해주던 것과는 달리 다소 주눅 들게 만드는 인상이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것처럼 조사를 받았다. 이름, 주번, 등등...으로 시작해서.

수사관의 질문에 답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들어주었다.

합법 안에서 몰라서 실수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었다.

역시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었다.ㅎ

현장 및 보험처리 등 제반 업무를 잘해서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내받았고

검찰로 가서 차후 벌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설명과 함께 수사를 마쳤다.

간단한 것 같았는데도 마치고 나오니 한 시간가량 소요되었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언제 결정 날까?, 벌금은 얼마나 나올까? 처음에는 날짜를 세며 긴장했으나,

무신경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중 2월의 입구에서 우편물을 받았다. 불송치(혐의 없음).

사고처리도 원만하게 되었고 상대방도 문제 제기하지 않고 잘 처리되었다고 확인했다.

나중에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지만 퀵오토바이 사고 여성분이 일전에도 사고가 한번 난 적이 있었고, 아마도 퀵배달 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생업을 위해 살아가는 생활인인데....


운전은 늘 어렵다. 조심한다고 해도 사각지대는 있고 속도를 준수하다가도 잠깐 방심하면 눈이 큰 카메라가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게 범칙금 고지서를 보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운전을 해야 하니 매일 안전운전을 다짐한다.

운전은 늘 어렵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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