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의 어머니 시선

by 오그레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하루 지나서 어머님은 신랑에게 신혼집에 놀러 오겠다고 통보를 하셨다.

"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지? 누나네 식구들하고 내일 가서 저녁 먹으려고 해.

거창한 거 할 필요는 없고, 고기 사갈 테니까 고기 구워 먹자.

너희는 된장찌개랑 밥만 해놓으면 돼."


이때부터 어머님은 무슨 일을 통보하실 때 무조건 신랑에게만 전화를 해서 알려주신다.

신랑이 나에게 전달을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도록 말이다.


거창한 식사 준비는 아니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이제 짐을 풀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전달받은 이야기가 내일 시댁 식구들이 온다니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다.


나도 신랑도 그 제안에 대해서 거절을 하지 못했다.

신랑이 거절을 하지 않으니 나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거절을 하면 나는 나쁜 며느리로 평생 찍힐 수 있어서 조심할 수밖에 없다.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비행시간이 길었다.

시차도 있어서 피곤하기도 했고, 여행 중에 입었던 옷가지들도 빨고 조금 쉬고 싶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오신다는 시댁 식구들이 진짜 왔다.

그것도 아침 일찍 오셨다.


시차 적응이 안 된 상태여서 정말 단단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어야 했다.

점심은 간단하게 국수를 대접했다.

점심을 대충 먹고 저녁을 먹기 위한 된장찌개를 끓인다.


"피곤할 텐데 내가 할 테니까 방에 가서 편하게 한 숨자."

어머님이 나에게 쉬라고 애써 말씀하시지만 조금 있으면 저녁 식사 시간이다.

그들이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은 어머님이 사가지고 오신 고기를 구웠다.


즐거운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식사가 끝나고 드디어 모두들 가신다고 일어나신다.

웬일인지 어머님은 일어나시질 않는다.


"여기 온 김에 며칠 자고 쉬었다 갈게."라고 어머님은 형님들에게 말씀하신다.

그저 웃으면서 "그러세요. 며칠 계시다 가세요." 신랑이 말한다.

나도 그저 웃는다.


방이 3개니까 어머님이 쉬실 곳은 많다. 방이 1개면 같이 부딪힐 텐데 다행이다.

며칠만 참으면 된다.

모시고 사는 것은 아니니까 며칠만 참자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본다.


여느 때처럼 늦은 밤이었다.

방 안에는 당연히 나와 신랑이 자고 있었다.

방 안에는 우리 둘만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때 창문 너머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안방에는 창문과 연결된 베란다가 있는데 그 베란다는 거실과 연결되어 있다.

거실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안방 창문을 쳐다볼 수 있는 구조의 아파트였다.

베란다 창문에 블라인드를 설치해서 안방 창문은 블라인드나 커튼을 달지 않았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익숙한 시선이지만 차가운 그런 이상한 느낌.

창문에 가서 확인을 할 수는 없다.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으니까......


며칠 후, 어머님은 생각보다 긴 날들을 신혼집에서 지내셨다.


신랑은 회사로 복귀를 했고, 나도 어느 정도 일상에 복귀를 했다.

아기를 임신을 해서 인지 많이 예민해진 상태다.



여유로운 주말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눈을 뜬 신랑이 내 몸을 더듬는다.

서로 흥분이 된 상태였다.

따뜻한 햇살이 창문 너머로 들어오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이상하고 그 차가운 그리고 익숙한 시선이 우리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언제부터 어머님은 나를 쳐다보고 계셨을까?'

창피하기도 부끄럽기도 했지만 화도 나고 짜증도 밀려왔다.

왜 창문으로 몰래 지켜보고 있냐!! 고 따질 수도 없다.


나와 눈이 마주친 어머님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몰래 무언가를 하다가 들킨 얼굴로

그렇게 달아나듯이 가셨다.


신랑도 어머님께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나는 며느리지만 신랑은 아들인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을 간직한 채 어머님을 15년 동안 아닌 척하면서 만나야 했다.

어머님도 나도 그 일에 대해서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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