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열반경을 읽고
얼마 전, 엄마랑 죽음에 관한 전시회에 다녀 왔습니다.
그 전시회 에서는 내가 죽었다라고 가정하고, 그 때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의 주제로
4명의 젊은이 들이 기획한 전시였는데, 자신이 죽은 후에 사람들이 추도할 수 있도록
꽃을 스티커로 준비해서 색칠을 한 후 붙일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나는 어떤 말을 남길지 적어보는 메모지가 준비되어 있는 전시,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사진들 중 남기고 싶은 추억들을 파노라마로 붙여서 한 전시,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특별한 전시 였습니다.
전시회에 다녀온 후 엄마와 차 한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엄마에게
“엄마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라고 묻자,
엄마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난 준비가 되어 있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눈감고 가게 해주세요"라고 매일 기도 한다며 "사람은 다 때가 되면 가는거야!"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담대함이 아니라,
삶을 충분히 다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평온 이었습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살아온 삶을 하나씩 정리해온 과정’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월,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
정갈하게 방을 정리하고, 오래된 서류와 물건을 하나씩 손보셨습니다.
약 1년전부터 옷장 정리를 하면서 친척 동생에게 택배로 보내주기도 하고
최소한의 상태로 만들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입니다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기 전 부터
어머니를 위해 작은 앨범을 준비해서 소중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정리 해 두셨고, 늘 함께 했던 손가방도 마지막 병원으로 향하던 날
“필요한 사람 있으면 주라”며 두고 가셨습니다.
그 모습은 슬픔보다 더 깊은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반열반경을 읽으며, 저는 그 장면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 경전에는 부처님이 마지막 여정에 오른 이야기,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제자들을 불러
조용히 열반에 드시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나는 곧 사라지지만, 진리는 남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중생에게는 부처의 성품이 있다”,
즉 누구나 그 본래의 빛을 잃지 않는다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죽음이란 사라짐이 아니라,
모든 집착과 형체를 벗어난 자유의 상태,
즉 열반입니다.
어머니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
아버지의 마지막 정리,
그리고 부처님의 열반.
이 세 장면은 제 안에서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남겨질 이들을 위해 내 존재를 정리하는 일,
즉 내 안의 진리를 가다듬는 과정이라 느꼈습니다.
부처님이 마지막까지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말중에
“모든 것은 변하니, 스스로의 등불이 되라.”
라고 했는데요.
죽음을 앞두고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 자로서
타인을 밝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런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전한 마음,
그것이 이어질 때,
나는 계속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