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에서 받은 선물

by 순간수집가

엄마랑 가을이 가기 전 길을 나섰다.
정동진 가는 길에 있는 하슬라 아트월드.
전에 다녀온 곳이라 생각했는데,
엄마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아버지도 함께 왔으면 좋아했겠다…”
말끝을 조용히 흐리시는 그 순간,
바람이 조금 서늘하게 스며들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그림 한 장, 설치미술 하나하나에
엄마는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버튼을 누르면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나무 인형’ 앞에서는
아이처럼 신기해하시며 한참을 바라보셨다.

계단이 많아 조금 힘들어하셨지만
예쁘고 멋진 곳에서 사진을 찍는 내내
엄마는 “행복했다”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오늘의 추위를 잊게 했다.

점심은
주인이 직접 말려 손질해준 생선구이를 포장해 와서
집에서 천천히 맛있게 먹었다.
몸도 마음도 부드럽게 풀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엄마와 예술작품을 바라보던 그 순간에도
조용히 나에게 오고 있던 기쁜 소식.
브런치 작가 선정.

마치 누군가가
“이제 너도 네 삶을 글로 비춰보라”고
따뜻하게 손짓해주는 것 같아서
가슴이 오래도록 떨렸다.


엄마는 나보다 더 기뻐해 주신다.

엄마를 위한것이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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