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길위에서 온다 1

길에서 만난 감사

by 순간수집가

울진으로 향하는 길,

동해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그저 바람 한 번 쐬고, 숨을 고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짙은 네이비색 수녀복을 단정히 입은 수녀님 다섯 분이
앞서 걸어가고 계셨다.
해풍에 가볍게 흔들리는 베일은
마치 소녀들처럼 밝고 가벼웠다.
그 순간, 가슴 어딘가가 말없이 저릿했다.

잠시 후, 휴게소의 작은 카페에서
그분들과 다시 마주쳤다.
그 우연은, 그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따스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올해 2월, 이 세상에서 조용히 떠난 아버지.
갈바리의원 수녀님들이 마지막까지 건네주던 따뜻한 돌봄.
그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입술이 떨리고, 가슴이 가늘게 흔들렸다.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울먹이는 내 목소리를 들으신 수녀님들은
“왜요, 무슨 사연이 있으세요?” 하고
부드럽게 다가오셨다.

아버지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하자
대장수녀님이 정확히 물으셨다.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지OO.
그 세 글자를 천천히 되뇌신 뒤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다정히 말씀하셨다.

그 말이 마음 깊은 곳에 닿았다.
손을 잡힌 것도 아닌데
꼭 잡힌 듯 가슴이 따뜻해졌다.

고마운 마음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사드렸고,
수녀님 한 분이 먼저 말했다.
“사진을 찍어드릴까요?”

사진을 찍고 나니,
대장수녀님이 이번엔 손짓했다.
“우리도 자매님과 같이 찍자.”

그 순간 남겨진 사진은
그저 추억이 아니라
오늘 하루의 숨을 지탱해주는
작은 기도 같은 장면이 되었다.

수녀님들은 먼저 길을 떠나고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음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길 위라는 건 때때로
우리가 준비하지 않았던 위로가
불시에 도착하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오늘 울진으로 향하는 길에서
한순간 스쳐간 인연이
얼마나 큰 사랑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분명 아버지에게도 닿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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