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하는 집은 따스하다

나누는 마음

by 순간수집가

오늘은 김장을 했다.
시누이가 직접 농사지은 배추와
모든 양념을 준비해 둔 덕분에
나는 그저 가서 버무리고 오기만 하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다섯 가구의 김장,
약 이백 포기의 배추는
생각보다 훨씬 큰 일이었다.
허리를 굽히고,
소를 버무리고,
통에 담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몸은 천천히 무거워졌다.

그러다 문득
이 일을 매년 해온 사람들의 시간이 떠올랐다.
내가 오늘처럼 잠시 스쳐 지나간 수고를
평생의 노동으로 감당해 온 손들이...

잠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김장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이 김장에는
단순한 ‘반찬’ 이상의 것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시누이는
울엄마의 몫까지 챙겨주었다.
김치통에 담긴 건 양념과 배추가 아니라
배려와 마음이라는 걸
나는 매년 새롭게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김치를 건네드리자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올해 김장은 더 맛있겠네.”
그 한마디에
오늘의 피로가 조용히 녹아내렸다.

부엌에 김치 냄새가 퍼지고
잠시 후 밥상 위에 보리밥과 김치 한 접시가 올라왔다.
엄마는 한 입 베어물고
천천히 씹으며 미소 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김장을 한다는 건
올해의 시간을 저장하는 일이고,
겨울을 견디기 위한 준비이며,
누군가를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오늘 나는 조금 힘들었지만
따뜻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김치를 나누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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