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대학 졸업식
며칠 전, 삼남매 중 막내의 졸업식에 참석하러 서울에 다녀왔다.
온 가족이 총출동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날만큼은 다들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축하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마음은 다 가서 서 있었던 것 같다.
막내는 다섯 살 때 바둑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전국팔도를 함께 다녔다. 크고 작은 대회를 따라다니며, 상을 받기도 하고 아쉽게 돌아서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은 언제나 기쁨과 추억으로 남았다. 아이 하나의 도전을 핑계로, 가족은 꽤 많은 길을 함께 건넜다.
졸업식 전날 밤, 나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아버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손주들 중에서도 특별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 하셨던 외할아버지셨다.
어린 시절엔 『위기탈출 넘버원』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서점에 가서 꼭 편지와 함께 택배로 부쳐주셨다. 1년전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이 졸업식에 함께 오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새벽 3시
결국 나는 원고지 열 매 분량의 편지를 썼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은 아니었고, 그냥 마음을 다 쓰고 싶어서였다.
졸업식 날, 교정을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졸업식 특유의 소란과 웃음, 학교를 상징하는 캐릭터 인형과 꽃다발, 학사모 사이에서 막내는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밝고 지혜롭고 어여쁜 여자친구가 조용히 함께 걸어주고 있었다.
졸업식 내내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막내의 옆자리를 지켜주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든든한 응원군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 새삼 느껴졌다.
근처의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족이 함께 앉아 있으니, 메뉴 하나하나가 유난히 훌륭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음식 때문이라기보다, 그 자리에 모여 앉아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접시보다 대화가 먼저 비워지고, 웃음이 먼저 채워졌다.
그리고 작은 깜짝 등장.
네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올라온 누나를 보자, 막내의 눈이 순간 커졌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스친 그 얼굴이 참 좋았다.
11살 차이나는 누나 동생이지만 자매처럼 대화가 통하는 사이라 더욱 반가웠나 보다.
생각해보면 졸업식은 한 사람의 끝이 아니라, 한 가족의 한 장면이 되는 날인지도 모르겠다.
바둑판 앞에 앉아 있던 다섯 살의 아이, 전국을 함께 다니던 시간들, 그리고 아버지가 빠진 자리를 마음으로 채우며 쓰던 전날 밤의 편지까지, 그 모든 시간이 그날의 맑은 하늘과 포근한 햇빛 속에 겹쳐 있었다.
사진 속에서 막내는 유난히 밝았고,
우리는 모두, 조금씩 마음이 따뜻해진 얼굴이었다.
이제 막내아들은 자기만의 하늘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말없이 응원하는 쪽에 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