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작품이 되는 순간

"드디어 출간" 엄마를 다시 읽는 시간

by 순간수집가

며칠 전,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강릉문화재단 창작지원금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잠시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엄마였다.

미리 말하지 않았던 터라
조금은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 집에 들러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꺼냈다.
“엄마, 문화재단 지원금에 선정 되었대요"

엄마는 잠시 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별걸 다 하는구나.”

그 말에 나도 웃었다.
기대했던 큰 반응은 아니었지만
그 웃음이 오히려 엄마다웠다.

87세인 엄마는 여든에 책을 펼치고
하루도 빠짐없이 써 내려간 독후감 노트가
어느덧 열 권이 넘었다.
그 노트들을 들춰볼 때마다
언젠가 꼭 한 권으로 엮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번 기회는
단지 책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
나는 그것이 더 좋다.

1,300권이라는 숫자보다
그 문장들 사이에 숨겨진
엄마의 생각과 삶의 결을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엄마에게는 ‘선정’이라는 말보다
오늘 읽을 한 권이 더 중요해 보였다.
“그럼 더 열심히 읽어야겠네.”
그렇게 말하며 다시 책을 펼치는 모습이
괜히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지원금은 성취라기보다
'엄마의 시간을 더 오래 들여다보라'는
조용한 허락일지도 모른다고.

엄마는 오늘도 읽고 있다.
나는 그 시간을
흔들림 없이 문장으로 남겨야 한다.

작은 불씨 하나가
조용히 타오른다.

나에게 주어진 이번 작업은
책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엄마를 다시 읽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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