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린 귀한 밥상

대보름 아침, 엄마의 정성

by 순간수집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부엌에서 고소한 냄새가 먼저 맞았다.

오늘이 정월대보름 이라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엄마는 새벽 다섯 시부터 일어나
나물들을 하나하나 무치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여섯 시쯤 일어나
옆에서 조금 거들었을 뿐이다.

식탁 위에는 이미
나물 반찬들이 차례로 놓여 있었다.

시금치나물, 시래기나물, 곤드레나물, 숙주, 무나물,
느타리버섯볶음, 말린 도토리묵 볶음.
두부구이와 조기까지 한 접시 곁들여져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따끈한 오곡밥.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며 먹는 밥상이라지만
이 정도면 거의 잔칫상에 가까웠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보름이니까 먹어야지.”
하고 말했지만
그 밥상에는 새벽부터 쌓인 정성이 가득했다.

아침에는 사위를 불러 함께 먹었다.
엄마랑 나는 귀밝이술 청주 한 모금씩을 마셨다.

그리고 점심에는
내 친구 소하랑 소풍까지 불러
또 한 번 밥상을 차렸다.

엄마는 그 많은 나물을
또 한 번 반찬통에 담아
친구들 손에 싸주기까지 했다.

“이건 집에 가서 먹어.”

그 말이 참 엄마다웠다.

대보름의 달은 밤에 뜨지만
우리 집의 대보름은
이미 아침 밥상에서 환하게 떠 있었다.

그날 나는
오곡밥을 먹은 것이 아니라
엄마의 시간을
한 숟갈씩 나누어 먹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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