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 그늘이야

: 비건 도넛에 아페롤은 여름이지

by Way to

몇 번째의 더위에서 도망친 날이었을까? 우리의 장소에 도착하면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온갖 것들을 푸느라 바쁘다. 그렇게 5분가량 사부작 거리며 세팅을 마치면 그제야 우리의 휴식이 시작된다. 우리만의 베를린 여름의 것들이 있는데, 무엇을 준비해 더위로부터 도망갈까를 생각하다 보면 꽤나 즐거운 고민들이었다.


이날의 준비는, 여름이니 아페롤을 마시자!! 그럼 얼음을 좋아하는 텀블러에 담아 준비하고, 플라스틱 잔에 마시기는 싫으니 유리 고블렛잔을 준비하자! 거기에 베를린에 있는 비건 도넛을 먹으면 행복한 간식이지 않을까? 먹기만 하면 심심하니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오프라인 저장해서 볼 수 있게 아이패드도 챙기고, 그늘이라 시원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선풍기도 하나 챙기자!! 등의 준비물을 줄줄이 읊으며 함께 챙기는 과정은 더워도 좋았다.


도망친 기분으로 머무르던 베를린에서의 또 다른 도망이라니, 제법 웃기지만 도망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도망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도피 전에 머물던 나의 자리를 잘 찾아 그에 꼭 맞게 살아간다면 그것은 회피보다는 쉼이었을 것이다. 제자리에 갔을 때는 그걸 동력으로 자리를 지킨다면 언젠가 또 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에 열심을 다해서 해야 할 일을 해내본다.




그렇게 수도 없이 도망쳤던, 특별할 거 없었지만 늘 특별했던 비건도넛에 아페롤으로 여름맛 그득했던 그늘로의 도망일기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