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엔 끝 혹은 쉼이 있지
우리 집이 있는 Turmstraße에서 Hackescher Markt까지 걷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걷지 않고 지하철을 타자면 아쉬운 마음뿐이었다. 유학 시절에는 오랜 날들을 걸었기에 언제고 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던 길이다. 2021년 여름, 잠시 몇 달 들른 그곳에서는 언제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에 그 길을 끝도 없이 걸었다. 그늘만 쫓아 걷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매일이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혼자도 곧잘 걸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옆에 같이 걸어주는 사람에게 이 때나 저 때나 푹 찌는 더위에 짜증을 내며 투덜거리는 건 여전했었다. 다만 그는 몇 년 새 찰나의 기분에 휘둘려 정제되지 못한 감정표현을 정제하는 법을 익힌 듯하다. 그러한 모든 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시간들이며, 같이 걸어주어 힘이 나고 있다고, 나는 그만큼 돌려주지 못하는 거 같은 마음과 동시에 돌이켜보면 그는 어떠한 결심과 존재의미로 나와 함께 걷고 있는지 대단하게까지 느껴지는 여름날들이다.
걷다 보니 Hackescher Markt가 얼마 남지 않은 Oranienburger Tor 조금 들어가서인듯한 사진. 유달리 걷고 걸으며 여러 가게를 들러 구경했었지. 한 때는 저 거리를 끝없이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새삼스럽게도 모든 것엔 끝 혹은 쉼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