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옆에 접시꽃은 참 아름답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초록색이다. 정확한 시기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아주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초록색이라는 말을 듣고 그 당시에는 엄마가 너무 좋으니 나도 그러고 싶어서, 돌이켜보면 그저 같은 취향을 가지게 되면 더 예쁨 받을 수 있겠지? 와 같은 애정욕구에서 시작된 취향의 출처이다. 물론 사랑을 차고 넘치게 받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란 게 아무래도 무한해 보이니 더 사랑받을 욕심에서 시작된 셈이다. 가짜 좋아함을 시작으로 나는 언제부터인지 진짜로 초록색을 가장 좋아한다.
이러한 취향 탓에 베를린에서 지낸 내 20대는 풀과 나무로 둘러싸여 그것을 바라보자면 마음이 참 편안해졌었다. 그렇게 편안함을 채우고, 거기서 엄마에 대한 충분한 애정을 곱씹고 나면 언제 푸르렀냐는 듯 나무는 가지만 남고, 풀은 잔뜩 죽어 노르스름해지는 겨울을 맞이한다. 그래서 나에게 베를린의 여름은 특히 더 좋다. 여름이 바짝 다가올 때면 가장 먼저 베를린에서의 오감이 떠오르고, 그 후에 여름에 대한 걱정이 든다. 내가 “난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싫은데, 그래서 나 지금 베를린 가고 싶은 거지?”라는 말을 던지면 그는 “나도 가고 싶다. 우리 같이 다시 가자”라고 대답하며 유학생활 중 어느 때보다 충분히 즐긴 2021년 여름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꺼내며 한참을 과거에 살다 현실로 돌아온다.
접시꽃이 유난히도 많은 베를린 이야기를 하며, “접시꽃이 약재로 쓰이는 거 알아?”와 같은 말들도 하고, “비어가르텐 어디가 가장 그리워? “를 시작으로 우리가 갔던, 가장 좋아하던 비어가르텐을 쭉 나열 후 일명 비어가르텐 토너먼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가게를 말하며 “어느 지점이 제일 좋았어?”를 물으며 우리는 끊임없이 좋았던 시절의 가장 좋았던 것을 말하며 좋기만 한 대화를 하며 이 대화의 색깔은 마치 초록색과 같다고 생각한다.
초록이, 사랑이 우거진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 ‘유로 2020 스위스 vs 스페인’ 경기를 훔쳐보러 비어가르텐으로 달려가던 사진을 보니 저 때의 우리는 참 푸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