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첩보 영화라고 한다면 베를린이나 밀정 같이 액션이 가미된 영화들이 떠오른다. 공작은 앞서 언급했던 영화와 달리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같은 좁은 의미의 에스피오나지물에 가깝다.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같이 화려한 액션이 가미된 영화들도 일반적으로 에스피오나지물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좁은 의미의 에스피오나지물은 액션이 없는, 조금 더 리얼한 첩보 영화로 분류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공작이 조금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새 장르 영화들이 예전보다 비교적 많이 제작되긴 하지만, 윤종빈 감독과 같은 상업성과 흥행성이 보장된 감독들이 이런 장르 영화를 제작한다면 한국 영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팟캐스트 ‘이이제이’에 실제 흑금성이 출연한 에피소드를 듣고 윤종빈 감독이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비교적 다른 우리나라 첩보 영화에 비해 조금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물론 황정민이 양말 속에 도청기를 넣고 들어가는 부분 같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윤종빈 감독의 말로는 영화 안에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와는 다른 설정을 부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안기부 실장 역할에 굳이 조진웅 배우를 캐스팅 했어야 했나라는 점이다. 조진웅 배우의 이미지성이 조금 낭비된다는 느낌도 받았다. 또 하나는, 너무 따뜻한 결말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두뇌싸움이 특징적인 에스피오나지물에서는 차가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영화가 진행된다. 공작 역시 영화 내내 냉정한 캐릭터들과 냉랭한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하지만 마지막에 서로 시계와 넥타이핀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갑자기 동포애를 자극하려는 부분은 이 영화의 톤과 조금 어긋나지 않나라는 느낌을 받는
다.
그래도 이성민, 황정민 두 배우의 연기와 기존에 우리나라에 없었던 장르물을 비교적 완성도 있게 만들어냈다는 점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쯤 봐야하는 한국 영화라는 이유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