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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 Jul 10. 2023

2010년대 로맨스 영화 - 유열의 음악앨범(2019)

때로는 아무도 믿지 못할 만한 우연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관적 평점 ★★★☆

감독 : 정지우

주연 : 김고은, 정해인 


 제목부터 손이 참 안 가던 영화였다.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주제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그저 그런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녹음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지만 처음의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몰라도 예상을 상회하는 그런 영화다.



 영화는 소년원에서 출소한 현우가 미수와 은자의 빵집에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이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유열의 음액앨범’의 오프닝 멘트를 듣고 현우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우연’과 ‘기적’.이 두 단어는 우리가 일반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는 일이 일어날 때 사용하곤 한다. 영화의 시나리오적 측면에서 보면, 위 두 단어는 영화 속 흐름의 빈틈을 단순히 넘겨버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런 생각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계속 우연과 기적이 반복된다. 물론 영화의 서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영화에서 흘러가는 연도마다 그 흐름이 끊기는 어쩌면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정지우 감독도 이 영화의 시절 자체가 개연성일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을 보면, 이 영화는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져 있는지 파고들수록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우리도 삶을 살아가면서 ‘기적이 일어나게 해주세요’라는 마음을 품거나 지나가다 한번쯤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그런 소망을 이뤄주면서 진행된다. 그런 면에서 우연한 만남을 경험한 관객들에게는 공감을, 아직 우연을 맛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희망과 대리만족을 이끌어낸다. 관객들 마음속에 이 영화 자체가 호감정을 일으키는 것이다. 포근하면서도 배우에게 집중하게 하는 연출도 한몫을 한다. 여기에 더불어 현우의 숨기고 싶은 과거 그리고 미수의 대표와 현우 사이에서의 고민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우리가 예전부터 한국 멜로 영화에서 보던 불치병, 가족의 반대나 짝사랑으로 인해 이뤄지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랑 같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미수가 kbs 스튜디오로 달려가 현우를 마주보며 끝난다. 이때 현우가 미수의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되는데, 우린 미수와 현우가 사랑을 다시 시작했는지 친구로 남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나고 현우가 본인이 찍은 미수의 사진을 본다면, 그건 현우 본인이 얘기했던 뺏기기 싫은 추억이었을 거라는 점이다. 현우가 찍은 미수의 사진처럼, 이 영화는 우리의 뺏기기 싫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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