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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 Mar 12. 2024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

잡지사에서 필름 현상 에디터로 일하는 ‘월터’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매일 아침마다 확대경으로 필름을 검토한다. 세상이 변화하듯 잡지사도 인터넷 잡지를 발간하기 위해 지류 잡지를 폐간하기로 결정한다. 구조조정의 위기감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이 지류 잡지의 마지막 표지를 장식할 필름이 ‘숀 오코넬’이라는 사진사로부터 누락되어 발송되었고 ‘월터’는 이 필름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상상’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영화 속 주인공인 ‘월터’는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 몽상이라고 여겨질 만한 상상들을 자주 한다. 이는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스스로의 무력감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본인만의 공간이다. 이러한 몽상은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붕 뜨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이 느끼는 영화의 단절이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상상 사이의 괴리감과 같은 맥락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구조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사진사에게 필름을 찾으러 가는 동기는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월터가 필름의 흔적을 따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로 가는 여정 안에서 앞서 말한 괴리감은 점차 해소된다. 사진사를 찾는 과정 중 상상을 초월하는 체험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주인공이 느껴왔던 간극을 메운다. 이와 동시에 사진사의 흔적과 가까워질수록 누락된 필름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은 커진다.


마침내, 히말라야 산 중턱에서 ‘숀’을 만나 이야기를 하며 필름의 행방을 알게 되고 영화의 마지막에 그 비밀은 해소된다. 누락된 필름은 아침에 필름을 검토하는 ‘월터’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메시지는 현실을 뒤로하고 지금 당장 모험을 떠나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가 가진 혹은 경험한 가치를 알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진사 ’숀’ 또한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물론 주인공은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깨달은 바이지만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소모적으로 사용되거나 이야기 속에 쉽게 녹아들지 않아 영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약 9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주인공이 대자연 속을 거니는 장면들은 나름 시각적인 요소를 충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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