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정에 '베프'되기

by 폴리

종종

직장에서 또는 연인이나 친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누군가의 고민을 나누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직장 상사나 친구

또는 그의 연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욕을 해주려 한다

공감과 인정 만으로도

울퉁불퉁 솟아오른 감정이 가라앉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가 받았던 그 대우가

부당한 것이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인간은 스스로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지혜로운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의 감정에 대해선 언제나 든든한 아군인 나는

나의 감정에 대해선

한없이 다스리려고만 한다

‘별 것도 아닌 걸로 화내지 말자’

또는

‘속좁게 굴지 말자’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무시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 힘든 이야기를 꺼내었을 때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라든가

‘너도 잘한 거 없어’

라는 반응을 받게 되었을 때 마음이 어떠했던가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다

왜 그렇게 남들에겐 다정하면서

가장 소중하게 대해야 할 자신의 감정에 대해선

그토록 모질게 구는가 말이다

감정이 상하고 화가 난다면

자신의 감정을 비난하지 말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

욕 한 바가지를 쏟아 줄 수 있는

‘베프’ 말이다

“감정이 내 말을 듣도록 훈련시키기보다는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Krista K. Thomason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년 간의 은둔 생활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