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손해는 두 배로 아프다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심리 편향

by 배지안

[♪ 밝은 음악]


이지은: 안녕하세요, '안개 속을 걷다'의 이지은입니다! 오늘도 불확실성과 친해지는 시간, 함께해요!


오늘은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해볼게요. 이제 여러분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질문을 할 거예요. 오래 생각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바로 대답하세요. 준비됐습니까?


첫 번째 질문입니다. 확실하게 100만 원을 받는 것과 50% 확률로 200만 원을 받는 것 중에 뭘 선택하시겠어요?


두 번째 질문입니다. 확실하게 100만 원을 잃는 것과 50% 확률로 200만 원을 잃는 것 중에 뭘 선택하시겠어요?


[띠링!]


많은 분들이 질문 1에서는 확실한 100만 원을, 질문 2에서는 50% 도박을 선택하셨을 거예요. 신기하죠? 두 경우 모두 각 선택지의 기댓값이 같은데 왜 우리의 선택은 정반대일까요?


오늘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볼 거예요.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에요. 우리가 확률을 느끼는 방식,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 마음에는 생각보다 많은 함정이 숨어 있거든요. 투자, 교육, 진로처럼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특히 알아둬야 할 것들이에요.


자, 하나씩 들여다볼까요?




지난 시간(Ep.17)에 우리는 같은 결과라도 사람마다 가치를 다르게 부여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같은 50만 원도 대학생과 직장인에게는 다른 의미였죠. 이 주관적 가치를 효용이라 하는데, 기대효용이 가장 높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합리적 선택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람들의 선택을 관찰하면, 이 기대효용의 원리에서 체계적으로 벗어나는 패턴이 발견됩니다. 도입부의 두 질문을 다시 떠올려보세요. 상황 A에서는 확실한 100만 원과 50% 확률의 200만 원 중 하나를, 상황 B에서는 확실한 100만 원 손실과 50% 확률의 200만 원 손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A에서는 확실한 100만 원을, B에서는 50% 도박을 선택하셨을 것입니다. 기댓값은 같은데 왜 정반대의 선택을 할까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이런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제시했습니다[1]. 기대효용 이론이 '이렇게 해야 마땅하다'는 당위를 알려준다면, 전망 이론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렇게 한다'를 보여줍니다. 핵심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결과의 크기를 평가하는 가치 함수(value function). 둘째, 확률 자체를 평가하는 확률 가중 함수(probability weighting function).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효용 함수는 최종 결과의 절대적 크기에 반응합니다. 총자산이 1,000만 원일 때와 2,000만 원일 때는 효용이 다르죠. 반면 전망 이론의 가치 함수는 '지금 상태에서 얼마나 변했느냐'에 반응합니다. 현재 가진 돈이 500만 원이든 5,000만 원이든, 100만 원을 '얻었느냐' '잃었느냐'가 결정적입니다.


가치 함수를 그림으로 그리면 독특한 S자 형태를 띱니다. 이익 영역에서는 금액이 증가할수록 가치가 증가하지만 그 증가율은 점점 감소합니다. 0원에서 100만 원을 얻을 때의 기쁨이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이 될 때의 기쁨보다 큽니다. 전망 이론에서는 이를 민감도 체감(diminishing sensitivity)이라고 부릅니다. 참조점에서 멀어질수록 같은 크기의 추가 변화에 덜 민감해지는 것입니다.


상황 A에 가치 함수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100만 원의 가치가 50이라면, 200만 원의 가치는 70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50% 확률로 200만 원을 받는 선택지의 기대 가치는 0.5 × 0 + 0.5 × 70 = 35입니다. 확실한 100만 원의 기대 가치(1.0 × 50 = 50)에 못 미칩니다. 이것이 이익 영역에서 확실한 것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손실 영역에서도 민감도가 체감합니다. 처음 100만 원을 잃을 때의 고통이 추가로 100만 원을 잃을 때의 고통보다 큽니다. -100만 원의 가치가 -100이라면, -200만 원의 가치는 -180 정도가 됩니다. 상황 B에서 확실한 -100만 원의 기대 가치는 -100, 도박의 기대 가치는 0.5 × 0 + 0.5 × (-180) = -90입니다. 도박 쪽이 조금이나마 나은 선택이 됩니다. 이것이 손실 영역에서 도박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기대 가치를 계산할 때 확률은 액면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사람들이 확률 자체도 왜곡한다는 점은 곧 살펴봅니다.


가치 함수에는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 주는 심리적 영향이 비대칭적이라는 겁니다. 위 숫자를 보세요. 100만 원을 얻을 때의 가치 증가는 +50인데, 100만 원을 잃을 때의 가치 감소는 -100입니다. 절댓값으로 약 2배 차이가 나죠[2]. 100만 원을 잃는 고통이 100만 원을 얻는 기쁨보다 2배 정도 강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릅니다.


이제 전망 이론의 두 번째 축인 확률 가중 함수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결과의 크기(가치) 뿐 아니라 그 결과가 일어날 확률도 왜곡합니다[3].


확률 가중 함수는 양 끝이 가파르고 가운데가 완만한 역 S자 형태를 그립니다. 매우 낮은 확률은 실제보다 크게 부풀리고, 매우 높은 확률은 실제보다 깎아내립니다. 반면 0%와 100%는 왜곡되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일은 불가능하고, 확실한 일은 확실하니까요. 1%는 부풀려지는데 0%는 그대로이니, 0%에서 1%로 바뀔 때 느끼는 차이는 50%에서 51%로 바뀔 때와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같은 1% 차이인데도요. 99%에서 100%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입부의 상황 A에서 확실한 100만 원을 선호한 것도, 민감도 체감뿐 아니라 '확실하다'는 것 자체에 수학적 비율 이상의 무게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보험과 복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듯 보험 가입 자체는 기대효용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큰 손실의 위험을 작은 비용으로 줄이는 합리적 선택이죠. 하지만 같은 사람이 보험도 들고 당첨 확률이 극히 낮은 복권도 사는 건 일견 이해하기 힘듭니다. 보험은 위험 회피이고 복권은 위험 추구로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니까요. 한 사람 안에서 이 둘이 공존하는 것은 확률 가중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확률 가중 함수가 아주 작은 확률을 부풀린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화재 확률이 부풀려지면 보험이 더 필요해 보이고, 당첨 확률이 부풀려지면 복권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가치 함수의 특성은 일상의 다양한 선택에서도 체계적인 편향을 만들어냅니다.


주식 투자자들의 행동이 대표적입니다. 수익이 난 주식은 조금만 올라도 서둘러 팔고, 손실이 난 주식은 '본전만 찾으면 팔겠다'며 끝까지 붙들고 있습니다. 이를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4]. 이익 영역의 위험 회피와 손실 영역의 위험 추구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입니다. 과거에 얼마에 샀는지는 미래 수익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비슷한 심리가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에서도 나타납니다[5]. 실패한 프로젝트에 추가 투자를 계속하는 경영자, 효과 없는 학원을 '이미 낸 등록금이 아까워서' 계속 보내는 부모, 맞지 않는 연애를 '여기까지 온 시간이 아까워서' 이어가는 사람들. 과거의 투자를 손실로 확정 짓기 싫겠지만 이미 쓴 비용은 어떤 선택을 하든 돌아오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무엇이 최선인가 하는 것이죠.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이 수술의 생존율은 90%입니다"와 "사망률은 10%입니다"는 같은 말인데, 생존율로 표현하면 수술을 선택하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6,7]. 이를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합니다. '지방 함량 5%'보다 '95% 무지방'이 더 건강해 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참조점(reference point)의 이동도 판단을 흔듭니다[8]. 80kg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해 73kg까지 뺐다가 75kg이 된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객관적으로는 5kg 감량에 성공한 것인데, 최저 체중 기준으로 '2kg 쪘다'고 느낍니다. 참조점이 출발점(80kg)에서 최저점(73kg)으로 이동한 것이죠. 이처럼 참조점은 쉽게 옮겨가지만, 가장 강력한 기본값은 '현재 상태'입니다. 손실 회피 때문에 변화의 나쁜 면이 더 크게 느껴지고, '그냥 이대로가 나아'라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 생깁니다[9]. 변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도 기회비용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편향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 뇌에 깊이 남은 특성이니까요. 이미 확보한 식량을 잃는 것은 곧 생존 위협이었지만, 같은 양을 추가로 얻는 것은 큰 보탬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의사결정에서는 이런 본능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경향을 인식하고, 필요할 때 의식적으로 보정하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전략은 '나'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방법은 감정적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내 친구가 같은 상황이라면 뭐라고 조언할까?' 이렇게 자문하면 손실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또 하나는 카너먼이 '외부자 관점'(outside view)이라 부른 방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통 어떤 결과를 얻는가?'를 묻는 것이죠. 접근법은 다르지만, 둘 다 자기 상황에 갇힌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여기에 각 선택지의 장단점을 나열하고 가능하면 수치화해서 비교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직을 고민한다면, 현 직장의 안정성과 새 직장의 성장 가능성, 확실한 현재 연봉과 불확실한 미래 연봉, 익숙한 환경의 편안함과 새로운 도전의 스트레스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손실 회피 때문에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현 직장이 더 나은 선택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직관이 항상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 방향으로 치우쳐 있을 뿐입니다. 이를 아는 것이 핵심이죠. 이런 인식이 있으면 직관을 따를지, 의식적으로 보정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적 보정에도 도구가 필요합니다. 머릿속에서 뒤엉킨 선택지들을 한 단계씩 정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이요.




이지은: 오늘 방송 시작할 때 제가 던진 질문 두 개, 기억나시죠? 겉보기에 비슷한 두 질문에 왜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지, 이제 설명하실 수 있겠어요?


오늘 알아본 것처럼 우리 마음은 한쪽으로 꽤 기울어져 있어요. 손실은 실제보다 크게, 이익은 실제보다 작게 느끼고, 확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든요. 이게 투자, 교육, 진로 같은 중요한 선택에서 우리 발목을 잡아요.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편향을 알고 있으면 대처할 수 있거든요!


[띠링!]


오늘의 미션! 이번 주에 망설이는 선택이 있다면,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나란히 적어보세요. 그리고 딱 하나만 물어보세요. '지금 내가 머뭇거리는 건 정말 손해가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손실이 두 배로 아프게 느껴져서일까?'


예를 들어:

이직을 고민한다면 → 현 직장과 새 직장의 장단점을 나란히 놓고, 혹시 '잃을 것'에 너무 큰 점수를 주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세요.

새로운 도전을 망설인다면 → 가만히 있는 것도 선택이에요. 거기에도 놓치는 게 있다는 걸 떠올려보세요.

학원을 계속 보낼지 고민한다면 → 이미 낸 돈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에게 뭐가 최선인지만 따져보세요.


이제 이런 심리를 이해했으니, 편향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배울 차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베이지안 추론과 기대효용 원리를 체계적으로 결합한 베이지안 의사결정 프레임워크에 대해 공부할 거예요!


다음번 선택의 순간이 올 때, 이 질문 하나만 떠올려보세요. '잃는다는 게 무서운 건지, 진짜로 안 하는 게 나은 건지.' 그 질문이 후회 없는 결정의 시작입니다. 저는 이지은이었습니다.


[♪ 밝은 음악]




참고문헌

1.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1. https://doi.org/10.2307/1914185

2. Tversky, A., & Kahneman, D. (1991). Loss aversion in riskless choice: A reference-dependent model.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06(4), 1039–1061. https://doi.org/10.2307/2937956

3. Tversky, A., & Kahneman, D. (1992). Advances in prospect theory: Cumulative representation of uncertainty. Journal of Risk and Uncertainty, 5(4), 297–323. https://doi.org/10.1007/BF00122574

4. Shefrin, H., & Statman, M. (1985). The disposition to sell winners too early and ride losers too long: Theory and evidence. The Journal of Finance, 40(3), 777–790. https://doi.org/10.1111/j.1540-6261.1985.tb05002.x

5. Arkes, H. R., & Blumer, C. (1985). The psychology of sunk cos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35(1), 124–140. https://doi.org/10.1016/0749-5978(85)90049-4

6. Tversky, A., & Kahneman, D. (1981).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psychology of choice. Science, 211(4481), 453–458. https://doi.org/10.1126/science.7455683

7. McNeil, B. J., Pauker, S. G., Sox, H. C., & Tversky, A. (1982). On the elicitation of preferences for alternative therapie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06(21), 1259–1262. https://doi.org/10.1056/NEJM198205273062103

8. Kahneman, D., & Tversky, A. (1984). Choices, values, and frames. American Psychologist

, 39(4), 341–350. https://doi.org/10.1037/0003-066X.39.4.341

9. Samuelson, W., & Zeckhauser, R. (1988). Status quo bias in decision making. Journal of Risk and Uncertainty, 1(1), 7–59. https://doi.org/10.1007/BF0005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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