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은 의지가 아니라 리듬이었다

결심이 아니라 반복이 나를 살렸다

by 박준식

처음에는 의지라고 생각했다.

아프지만 참아야 하고,

피곤해도 나가야 하고,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야만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달리기를 이어간다는 건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 생각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마음이 가벼웠고,

어느 날은 신발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의지는 늘 일정하지 않았다.

어제의 결심이

오늘의 나를 움직여주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 무렵 나는

달리는 방식을 조금 바꾸었다.

거리를 줄였고,

속도를 내려놓았다.

대신 같은 시간에 나가고,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알람이 울리면

생각하기 전에 신발을 신었고,

집을 나서면

자연스럽게 그 길로 향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꾸준함은 의지가 아니라

리듬이라는 것을.

리듬은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저 흐름을 만들어주었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왔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몸은 매번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나는 달렸다.

무리해서가 아니라,

멈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달리기는

목표가 아니라

내 하루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일부를

다시 잃고 싶지 않았다.

그날의 컨디션이 어떻든,

기분이 가볍든 무겁든

리듬만 지키면 됐다.

잘 달리지 않아도 괜찮았고,

많이 뛰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멈추지만 않으면 됐다.

어느 순간부터

‘오늘은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그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

조용한 반복이 남았다.

그 반복은

나를 지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살렸다.

꾸준함은

대단한 능력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무언가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

매번 결심할 필요는 없다.

결심은 흔들리지만,

리듬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의지로 달리지 않는다.

그저 나의 리듬으로

조용히 한 걸음을 이어간다.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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