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었다”는 말밖에 없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만든 단 하나의 문장

by 박준식

사실 이유는 많았다.
몸을 회복해야 했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를 지나
마지막에 남은 말은 하나뿐이었다.

살고 싶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한 문장이 아니었다.
계획도 아니었고, 결심도 아니었다.
그저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아주 낮게 울린 말이었다.

부상 이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길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애쓰는 하루들이
어느새 살아내기만 하는 하루가 되어 있었다.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넘기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였을지도 모른다.
재활은 진행 중이었고,
일상도 유지하고 있었고,
크게 무너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안쪽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 자주 올라왔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는 걸.
몸보다 마음이 먼저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달리기를 생각했다.
처음부터 ‘잘 달려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다.
기록도, 목표도 없었다.
그저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뛰고,
몸이 반응하는 순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필요했다.

달리기는 나에게
운동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내가 아직 반응할 수 있는지,
아직 움직일 수 있는지,
아직 살아 있는지에 대한.

처음 달렸을 때,
숨은 금세 가빠졌고
다리는 금방 무거워졌다.
몸은 솔직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싫지 않았다.
아팠지만, 살아 있었다.
불편했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그때 알았다.
내가 원했던 건
예전의 몸이 아니라,
예전의 감각이었다는 걸.

살고 싶다는 말은
대단한 선언이 아니었다.
그건 아주 기본적인 욕구였다.
숨 쉬고 싶고,
움직이고 싶고,
내 하루를 내가 느끼고 싶다는 마음.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살고 싶어서.

그 말이면 충분하다.
그 말 안에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금, 일 연재
이전 03화멈춰 있던 마음이 처음으로 움직인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