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장가가는 날 달리기

비와함께 나만의 시간을 달리자

by 박준식

8월 26일 비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제부터 이어지던 천둥과 번개 속에서 오늘도 달릴 수 있을까 망설였다. 그러나 퇴근 후 창밖은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비는 멎어 있었고, 구름이 드리운 하늘 아래 바람은 살며시 불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세탁해둔 운동화를 신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이어폰을 두고 나왔다. 도시의 차 소리, 물소리, 그리고 바람의 흐름이 나의 배경음악이 되었다. 그것들은 예기치 못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나를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했다.

달리던 중,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졌다. 온몸을 적시던 그 빗줄기 속에서 오히려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마치 모든 무게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그리고 불과 몇 분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쳤다. 이 짧은 변주가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러닝은 언제나 기록이 아니다. 꾸준히 이어가며, 그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는 것. 오늘 나는 그 단순하지만 깊은 진실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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