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음의 위로

by 박준식

2025년 10월 27일 · 공릉천 러닝 5km
매일 달리기 210일차 ·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 D-20
오늘은 달리기 싫었던 게 아니다.
몸은 언제나처럼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음이, 조금 지쳐 있었다.

설명하기 어렵다.
누가 상처를 준 것도, 특별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마음이 무거웠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고, 아무 말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신발을 신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달래기 위해서.

공릉천의 새벽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추는 길 위로 이슬이 내려앉아 있었고,
물가 쪽 갈대들은 바람에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그 안에서 나는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걷는 듯 뛰었고, 뛰는 듯 멈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괜찮아’라고 속삭였다.
그 한마디가 어쩐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달리면 마음이 나아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리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가능하다.
멈춰서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감정이,
움직이며 숨을 내쉴 때 비로소 드러난다.

오늘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달렸다.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이 한 문장이 새벽 공기처럼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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