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미학 제1화

소리천의 새벽, 반면교사와 역지사지

by 박준식

10월이 저물었다.
그 한 달은 나에게 ‘꾸준함’이 무엇인지 다시 배우게 한 시간이었다.
비 오는 날도, 피곤한 날도,
그저 신발 끈을 묶고 길 위로 나섰다.
달리면서 깨달았다.
꾸준함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이기고 다시 오늘의 나를 세우는 과정이라는 걸.

그래서 10월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나는 오늘, 11월의 첫 장을 소리천에서 열었다.

새벽 5시 45분, 운정의 작은 호수.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불빛이 잔잔한 수면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달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꼈다.

그리고 달리며 생각했다.
**‘달리지 못했던 과거의 나’**와
**‘언젠가 달릴 수 없게 될 미래의 나’**를.
그 두 시점이 나를 지금 이 길 위로 이끌고 있었다.

과거의 나는 게으름과 변명 속에 멈춰 있었고,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반면교사가 되었다.
“그때는 뛰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를 거야.”
그 다짐이 오늘의 첫 걸음이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달릴 수 없게 될 미래의 나를 떠올렸다.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오늘 이 순간은 얼마나 눈부신 기적일까.
그 생각이 곧 역지사지였다.

결국 달리기는
과거와 미래가 손을 맞잡은 현재의 행위다.
반면교사로 배우고,
역지사지로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달린다.

11.02km · ⏱ 1:04:48 · 심박수 129bpm · 페이스 5:53/km

사진 속 내 모습은 어둠과 빛 사이에서 달리고 있다.
밤의 끝과 새벽의 시작이 만나는 그 길 위에서,
나는 느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 “달릴 수 없던 나에게서 배우고,
달릴 수 없을 나를 위해 달린다.”

꾸준함은 습관이 아니라 태도이고,
지속성은 재능이 아니라 선택이다.
오늘도 나는 그 선택 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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