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단편 영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리뷰

by 한 권 한 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스틸컷. 사진=포스트핀

“아버지를 갖고 오면 어떡하니.”


이민섭 감독의 단편 영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2019)는 죽은 후 로봇에 기억과 인격 등이 저장할 수 있다는 소소한 설정으로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영화는 민지(박수연)의 아빠 김종현(김종수)이 출근하다가 사고가 난 후 식물인간이 되면서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식물인간이 되면 응당 슬프기 마련. 그렇지만 민지는 꽤 침착한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가 이윽고 눈을 뜨고 민지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다만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닌, 로봇에 몸에 들어간 아버지다.


로봇이 된 아빠 종현은 민지의 가방 속에 들어가 민지의 일상 속에 스며든다. 일하는 딸 옆에 머물며 딸 대신 사장과 싸워줄 줄 알고, 인사과 출신이라는 장점을 발휘해 게임회사에 취직하고자 하는 딸에게 조언과 응원을 건넨다. 로봇 아빠 종현은 아버지의 역할을 다했다. 다만 민지에게는 이런 상황이 낯설다. 그녀는 가족 여행을 언제 갔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버지와 거리가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지는 상관없다. 지하철을 함께 타며 “꼭 여행 가는 것 같다”고 말해주고, 면접 후 “그럼 붙는 거야”라고 확신에 찬 말투로 응원을 건네는 로봇 아버지와 유대감을 쌓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윽고 사건이 터진다. 식물인간이 된 인간 아빠 종현이 깨어나면서 민지에게는 두 명의 아빠가 생긴다.


인간 아빠 종현은 깨어나자마자 로봇 아빠 종현을 마주한다. 인간 아빠 종현은 로봇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로봇 아빠를 밀어낸다. 민지는 그런 인간 아빠 종현에게 상처받고 로봇 아빠 종현에게 위로받는다. 로봇 아빠가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다시 회사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 민지는 로봇 아빠 종현의 데이터가 회사로 돌아갈 때 처음 슬픈 감정을 드러내며 아련히 말한다. “아빠가 아빠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최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생성형 AI와 상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단편 영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생성형 AI가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되기 전에 나온 영화이지만, 로봇 아빠 종현과 유대감을 쌓는 민지의 모습을 은연중에 두려움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 예시로 꼽히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대목으로 가족의 필요성, 따듯함, 뭉클함, 애틋함을 그려낸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9회 충무로 단편, 독립영화제 청년 대학생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8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단편 부문 최우수상을, 7회 춘천영화제에서 춘천YE상을 받았다. 로봇에 죽은 사람의, 또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데이터가 입력된다는 관습적인 소재이지만, 익숙한 설정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전달하기보다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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