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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Apr 12. 2024

결코 쉽지 않았던 리더의 길에서

관계라는 소중한 가치

우리는 매일 고만고만한 하루는 보내고 있다. 

퇴직하기 전 무던히도 힘들었던 기억들이 생각나서 회상해 본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을 하고 정해진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반복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된다. 이따금 저녁식사를 약속하고 지인들과 관계하기에 나서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는 별반 다르지 않게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직장생활인데 어떤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의식적으로 특별한 일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을 뿐이다. 

똑같은 생각, 비슷한 목표로 점철된 하루를 다른 생각으로 채워보는 시도도 필요하기는 했었다. 

일부러 색다른 기획을 계획해 보고 싶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 보고 싶기도 했었다. 

때론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해 애사심을 보이기도 하고 관련 부서의 사람과 약속을 하고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상호 관심사를 소재삼아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기도 했다. 

서로에게 관찰자가 되어 이해의 폭을 넓히다 보면 새로운 관계의 폭은 자연히 넓어지게 된다. 

평소보다 세심하게 주변을 살펴보면서 말과 행동을 상대에게 달콤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관계 스킬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존중하여 대한다면 서로 기분이 좋아지고 분위기는 훈훈해진다. 그러므로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는 관찰자가 되어야 했다.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과 분위기를 이끌어 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관계의 끈은 끊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관찰자가 되면 보이는 것들이 밤하늘의 별들처럼 무수하게 많다. 자기만의 습관처럼 행동하거나 자기의 말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버리면 관계는 물론 소중한 시간마저 잃게 된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관계>라고 서슴없이 동료 직원들에게 강조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동료 직원들과의 사이에서 흔히 상처가 생기는 <관계>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방안을 찾기에 몰두하기도 했다.

관계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은 <진실한> <의존할 수 있는> <마음이 통하는> 일 것이다. 

관계는 마음+표현이다. 그래서 마음을 담은 표현은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 물론 마음을 담지 않는 말도 상대에게 영향을 줄 때가 있다. 

관계에서 개인이 집중해야 할 게 있다면 “예의와 친절”이다. 아무리 좋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런 예의와 친절을 지키는 것이 나의 자존심을 살리고 세우는 것이다. 

관계가 오해되는 지점은 내가 더 앞에서고 위에 서려는 욕망에서 시작됨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도 모르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월해 보이려는 것이 관계의 본질이 아닌 것을 안다. 

낮은 자세에서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관계를 할 수 있는 것, 섬기는 것을 관계의 자세라고 정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관계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시작되고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생활 속에서 누군가와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누군가와 연결점이 보이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해서 진정으로 존중하고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평소 직장에서는 상사와의 관계를 중시할 뿐 아니라 부하직원들과도 섬기는 자세에서 신뢰받고 원만한 관계를 했다고 자부하기도 했었다. 

리더는 "함께"라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 해 왔다. 그리고 그 덕목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한 사람의 리더가 외치는 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도 있고 고난과 좌절을 줄 수도 있다.

관계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이어지면 친구요 협력자인데 끊어지면 적이요 공격자가 되기 때문에 언제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또한 교훈으로 익히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에게 어떠한 힘이 생겼다 싶다거나 상대를 얕잡아 볼 때 과감하게 공격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또한 관계의 한 법칙이기 때문이다. 관계는 내가 우위에 있을 때나 아래에 있을 때에라도 절대 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추구하고 싶은 가치이기도 하다. 

특히 직장에서의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서 또는 관계를 잘하고 있다고 해서 경쟁의 관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무던히도 내 맘을 상하게 하는 직원이 있었다. 내가 부임할 때부터 못마땅한 표정으로 속내를 숨기지 못하던 부하 직원이었다. 첫 만남부터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직장 상사에 대한 예의와 친절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소 닭 보듯 하는 태도에 보통 맘이 상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 대해 평가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변화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도 그의 불손한 태도는 더욱 신경을 거스르게 했고 인내심의 한계에 이르게 했다. 

“당신은 내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힘들게 했습니까?. 어쩌면 나는 당신과는 초면인데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는 이유는 뭣입니까? 여기는 직장입니다.” 물었더니 그 대답이 정말 가관이었다. 그는 본인의 생활태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저는 일부러 그러지도 않았고 그냥 내 기분이 그랬었나 봅니다. 전혀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였다. 자기 태도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하는 태도는 마치 나에게 따지는 듯했다. 나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실망스러웠다.

잠시 호흡을 길게 하여 화를 다스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당신이 보기에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나를 좀 더 너그럽게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오히려 부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어 그 직원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마음앓이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함께 생활해야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많이 참아야 했다. 그런 힘든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주변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했었다. 

나는 한 권역의 책임 관리자로써 리더십을 갖추고 덕으로 조직을 섬기는, 조직원들이 좀 더 자율적이고 스스로 일하는 긍정적인 조직으로 완성시켜 가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조직이나 조직원들에게 강압적이나 폭력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공동체로 공감조직을 만들어 가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각 개인의 단점까지도 포용하고 혹여 무례함이 있어도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서번트리더십을 실현하고 싶었다. 

이런 자세로 조직관리업무를 하다 보니 부작용도 컸다. 

얼마 전에는 너무 마음 상한 일이 있었다. 그것도 내가 도움을 많이 주었고 가장 오랫동안 가깝게 신뢰하고 아끼는 동료직원이 직장 상사인 나에게 있을 수 없는 무례를 범하므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지금도 생각만 해도 나 자신이 용서가 안 된다.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관점을 떠나 좋은 친구로서 관계를 이어가고 싶었다. 섬기는 리더십을 실천한답시고 존중하고 배려해 주었더니 용납할 수 없는 무례가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나 조직사회에서 사람들은 적절한 통제가 없으면 언제나 참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같다. 

여기에서 <자유>는 “자기에게 유리하게”라는 뜻으로 말하고 싶다. 직장생활에는 사내 규칙과 질서가 있고 인간관계의 끈이 항상 이어져 있다. 

언젠가 어떤 선배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직장생활은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직장이다.”라는 약간은 강압적인 표현을 했다. 나는 지금도 그분의 이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는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쌓기는 정말로 어렵다. 

서로의 입장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좋은 관계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쉽지 않은 리더의 길에서 견뎌온 나날이 처절했기에 나중에는 직원들의 기억에서 새로운 기억들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막연한 마음이다.

그리고 섬기는 리더로서 결코 외로운 길만은 아니었음에 그동안의 사례들을 모아 글쓰기로 엮어볼 요량이다.

이렇게 비바람 불고 성난 물결이 끊이지 않는 세월들을 무던히도 가슴 졸이며 보내다가  어느새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만감이 교차할 뿐이다.

젊은 나이에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결코 뒤지지 않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며 살았다.

솔선수범은 기본이며 희생과 헌신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였기에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 

성공한 리더는 아니었어도 실패한 리더 또한 아니었기에 이날에 마음 편하게 내일을 걸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문득 멈추어 서서 “어디만큼 왔니?”라고 자문해 보았다.

매일 매시간 나를 붙잡고 있는 힘겨운 내 삶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나 자신마저 잊은 채 혹독하게 살아왔다. 

몹시 지치고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섬기는 리더로서 결실을 보고 싶었던 욕심이기도 했다.

새로운 선택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에 열정과 끈기로 새로운 도전에서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새롭게 걸어가는 길에서도 존중과 배려, 신뢰와 섬김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중에 하나라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삶의 경쟁에서 치이고 현실의 무게를 원망하며 차별과 불공정 앞에서 가슴앓이 하며 찍소리 못하고 살아왔던 지난날이 있었기에 이제부터는 진정한 자유를 누려보고 싶다. 

다시 시작하는 인생길에서도 관계의 중요성을 소중하게 여기고 의미 있는 것을 찾아 나설 것이다. 

강렬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열정을 품어보기도 하고 차갑게 밤을 밝히는 조금 베어진 달을 보면서 냉철함도 가져볼 것이다. 

세상의 관념이나 기준에서 벗어나 당돌한 생각으로 섬김과 나눔의 새로운 가치의 실현으로 나아가려 한다.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나는 보여주는 삶에 마음 쓰지 않으려 한다. 

혹 버겁고 힘이 들고 외로울지라도 이제 내 삶을 감사로 엮어가는 보람 앞에 당당히 설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싹수없는 인간은 안 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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