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
전주에서 평화동을 지나 순창방향으로 달리다가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 신다리 밑으로 우회전하면 구도로에 들어서서 약 3분 정도 달리면 왼쪽 길가에 아름다운 레스토랑“문파이브”가 있었다. 달 밝은 보름달이 환히 비치는 밤,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에 위치한 별장형 빌라 호숫가 1층에 자리 잡은 곳 <문파이브>가 있었다. 때론 연인과도 때론 가족모임으로 뜻깊은 자리를 찾을 때 선택하는 곳이기도 했다. 테라스에 앉아 와인과 차 한 잔 마시면서 서로에게 달을 몇 개나 바라볼 수 있는지 문제를 내곤 했었다. 밤이 아니라면 달을 볼 수 없겠지만 낮에도 옥정호의 자연 풍광만으로도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문파이브 레스토랑”은 호숫가 아파트 1층에 위치해 있어 아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자 정통레스토랑이다. 국내 최대의 다목적 댐 옥정호변에 자리한 이곳은 이제는 호수 위를 지나는 다리가 생겨서 통행이 뜸하게 줄어 들었다. 구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숨어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벌써 오래전에 지인께서 부부동반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처음 다녀온 레스토랑이다. 천장이 높고 자연풍경이 멋진 호숫가 레스토랑이었다. 그때 처음 갔었지만 오래도록 인상 깊은 곳이어서 밤이 되어 달빛이 비치는 호수의 밤을 잊지 않고 있다.
편안한 옥정호에 어둠이 호수를 덮어오면 덜 찬 달이 뜨면서 저녁노을 저무는 하늘의 다양한 표정을 감상할 수 있다. 다정함과 사랑으로 이끄는 묘한 감성을 전해주는 레스토랑에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잊은 채 다섯 개의 달을 번갈아 확인해 보는 재미가 더할 나위가 없었었다. 어두운 밤 초승달이 뜨는 날은 왠지 마음을 재촉하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빠져 들기도 했다. 어쩌다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승천도발이 은빛으로 뿌려지면 감당할 수 없는 연민이 물결 따라 출렁이게 된다.
주말이면 테라스 야외광장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다양한 메뉴를 선정해 정원파티를 할 수 있다. 평소 밤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도 차와 와인, 위스키, 그리고 문파이브가 자랑하는 양식메뉴 중 하나를 선정해 맛보며 연인과 옥정호를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연과의 조화, 여기에 대표의 친절함, 다양한 예술작품의 전시, 뛰어난 자연경관을 보고 있노라면 일반인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할 것이다. 낮보다는 달빛이 호수에 뜨는 밤이 더욱 애정스런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것 같다.
나는 이곳에 오면 신이 지으신 자연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소통을 허락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시야에서 마음을 끄는 풍경은 건너편 언덕 위에 자리한 풍차모양의 레스토랑이 또한 이국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 연인과 함께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와인 자연의 붉은 빛깔만큼이나 상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요즘에는 고객만족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정원공간을 꾸미고 편안한 실내 인테리어를 해 놓은 아름다운 찻집이나 빵집이 여러 곳 생겨났다. 벌써 오래전 기억 속에서 마음을 빼앗겼던 문파이브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다른 찻집이 생겼다.
정통레스토랑 임실군 옥정호 '문파이브(moon5)'에서는 다섯 개의 달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연인들끼리 식사를 하기 전 다섯 개의 달을 찾아보라고 문제를 내기도 했다. 소소한 놀이에서 더 깊은 마음을 얻을 수 있었으니 추억 속에 잊지 못하는 곳으로 남아있다.
첫 번째 달은 In the sky(하늘에 떠있는 달),
두 번째 달은 On the lake(호수에 흐르는 달),
세 번째 달은 In the glass(술잔에 담긴 달),
네 번째는 달은 In your eyes(당신의 눈동자에 비치는 달),
다섯 번째 달은 In my heart(내 마음속의 달)로 낭만과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옥정호의 또 하나의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문파이브”는 비즈니스레스토랑이라 각방으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좋다. 각 방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들어오는 입구는 창문 하나 없는데 들어와서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은 방마다 있었다. 낮에 오면 외국에서나 볼듯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너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테라스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마시면서 옥정호의 풍경에 심취해 볼 수 있어 좋고 시인이 아니어도 멋진 시를 읊을 수 있어서 연인끼리라면 더욱 좋은 곳이다. 산과 호수를 이어 붙인듯한 다리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식당을 나와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도 있어서 식사 전후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음식도 나름 정갈하게 나오는데 과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양이다. 밤이면 와인 향 가득한 술잔에 달이 뜨는 모습을 더한다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가리비 그라탱과 각종꽂이, 야채샐러드, 새우튀김과 감자튀김, 안심훈제치킨, 왕새우요리, 치즈돈가스, 치즈랑 고구마도 정담으로 이어지는 시간에서 낭만을 곁들여 즐길 수 있으니 이 레스토랑의 또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겨울이 오면 이곳 경치는 일본소설 “설국”에서나 나올법한 설경이 너무 아름답기도 하다. 입구에는 길을 내느라 양쪽으로 쓸어놓은 눈 위로 오전 햇빛이 하얗게 부서지면 또 다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테라스에 나가서 바라본 호수에서 잊고 지냈던 오래된 기억 하나 불러오고 잠시 눈을 감으면 아름답던 시절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호반 주변에 하얗게 쌓여 있는 순백의 눈에 덮인 풍경이 최고의 겨울 정취를 느끼게 한다. 흰 눈(白雪)은 왠지 “童話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면 나만의 행복한 얘기일까 마는 암튼 눈 내린 옥정호 주변을 쭉 둘러보는 순간 내내 “아~ 좋다.”하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어 나온다. 흰 눈과 파아란 하늘의 대비된 색감이 산뜻한 조화를 이루며 가슴속에 파고든다. 훈훈한 열기가 천정에서 흘러 내려오면 창가 쪽에 자리하고 앉는다. 유리창 너머 눈 덮인 옥정호 호반을 따라 시선을 옮겨가면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추억 하나쯤은 감사의 선물이기도 하다.
옥정호는 섬진강 상류 수계에 있는 인공호수이다. 옥정호는 오래전에 섬진강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섬진강댐을 만들면서 생기게 되었다. 옥정리라는 마을 이름에서 지명을 따왔다고 한다. 옥정호를 처음 찾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자연에 목말라하는 까도남녀들에게는 최고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국사봉 전망대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산수화를 한 폭에 담은 붕어모양의 섬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순서를 정한다면 호수 주변의 환상의 드라이브 길을 먼저 찾으라 권하고 싶다. 섬진강댐의 건설로 가옥과 경지가 수몰된 옥정호 안에 붕어모양의 육지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붕어섬으로 건너갈 수 있는 출렁다리가 생겨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붕어섬 출렁다리는 벌써 유명한 곳이 되었고 붕어섬 안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방문객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엔 다시 돌아 나와 이 “Moon Five”에 들러 차나 음료 한 잔으로 목에 대한 갈증을 해결한다면 최고의 힐링이 될 것이다.
처음 문파이브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카페의 데코레이션등에서는 지극히 서양적 냄새가 느껴졌는데 사실은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정월대보름 밝은 달이 있기도 하지만 매일 달이 커지고 작아지는 밤은 현대를 사는 우리네 지쳐있는 마음을 다독여줄 위로와 쉼을 안겨주기도 한다. 보름달이 아니어도 좋다. 맑고 청명한 가을밤에 알맞게 채워져 있는 잔잔한 옥정호위에 달이 뜨는 걸 볼 수 있다면 나머지 달도 찾아볼 수 있으리라.
다섯 개의 달을 모두 찾았다면 하늘에 뜬 달, 옥정호수에 뜬 달, 술잔에 뜬 달 그리고 사랑하는 님의 눈동자에 뜬 달, 또 하나는 내 마음속에 그대를 향해 뜬 달이 아니겠는가? 기왕이면 보름달이 떠오른 맑은 날 밤, 누구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호수가 작은 정자에 앉아 와인 한잔을 두고 그대가 있기에 행복한 이 밤, 그대를 사랑하는 내 마음에도 보름달이 떠 오를 것이니 세상 부러울 게 무엇이 있으리오.
김소월 님의 시가 더욱 잘 어울리는 문파이브는 추억 속에서 찾아보는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로운 때를
고추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