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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Mar 28. 2024

새날은 늘 새롭다.

우리 엄마의 일상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때론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한번 잘못 입을 열어 말을 했다가 오히려 큰 화를 자초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침묵을 앞세우고 듣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사람은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없기에 가능하다면 좋은 말만 하고 싶다. 

오늘도 새날을 맞는다. 새날에는 새로운 생각이 우선해야 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어머니를 뵈러 군산에 간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세차까지 깔끔하게 하고 나니 기분도 상쾌하다.

우리 엄마는 늘 문을 잠그고 계신다. 무엇이 무섭다고 그런지 늘 그렇다.

“엄마, 아침이 되면 문은 잠그지 마세요. 이고리는 걸지 마시고요.”

“누가 들어올까 봐서 그렇지”하시고는 베란다로 향하신다.

그리고 작은 의자에 앉아서 창문을 빼꼼히 열어 놓고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인다. 아마도 이 순간만은 담배 연기처럼 날려 버리고 싶은 게다.

우리 엄마는 벌써 30년 넘게 담배를 피우시고 계신다. 그동안의 이력을 보여 주듯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누렇게 니코틴이 물들어 있다. 처음에는 이유가 있어서 피워 물었던 담배는 이제 거의 습관처럼 피우고 계신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담배선물을 최고로 좋아하신다. 인천에 사시는 외삼촌은 오실 때마다 담배를 한 박스(10보루)나 사 오신다. 하루에 한 갑은 아니지만 엄마의 인생에서 그 시간이 유일한 위로의 시간이요 무료함을 달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한테 갈 때마다 맨 먼저 담배가 떨어졌는지 살핀다. 혹시나 조금 남았으면 한 보루쯤 사놓고 오게 된다. 나는 엄마에게 담배를 피우지 마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점점 엄마의 생활정도가 나빠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8년째 홀로 생활해 오셨다. 그동안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가끔 내가 다녀가고 필요한 것은 채워주곤 했다. 다행히도 엄마는 잘 지내오셨다.

점점 엄마의 말하는 내용 중에서 특이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주 반복된 말을 한다든지 오랜 기억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일은 오래 기억하곤 했다. 점점 식사는 흘리기가 일쑤고 청소는 더욱 되지 않았다. 어쩌다가 내가 무심코 지적하는 말을 하면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하셨다. 

“어서 가거라, 다시는 오지 마라. 듣기 싫어”하신다.

나는 겁이 조금 났다. 혹시 치매 아닐까? 하지만 금세 엄마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를 걱정해 주고 “아프지 마라”“ 너 없으면 나는 못 산다”라고 하신다.

엄마가 아플 때 주치의처럼 찾는 동네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했다.

“선생님, 우리 엄마의 상태가 어떠신가요?”

“안타깝게도 고령이 되신 분들과 공통적인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족이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해 주시고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했다.

내가 퇴직 이후에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음에 늘 긴장하고 살피게 되었다. 집에 올 때마다 우선적으로 엄마를 정답게 대하고 마음에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써야 했다. 

우리 엄마는 나를 점점 많이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자주 찾아왔고 반찬도 준비해 주고 함께 식사도 하고 병원에도 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 엄마는 예전부터 나에 대한 사랑은 특별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에도 아버지말은 지나쳐도 내 말은 들어주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우리 엄마의 건강이 걱정이 된다. 작년에는 이가 다 빠져서 몇 달에 걸쳐 틀니도 했고 눈이 아파서 안과 치료도 오래 했다. 다행히도 모든 과정을 잘 마쳤으나 결국 틀니는 보관용이 되어버렸고 눈은 백내장이 많이 진행되어 시야가 흐릿해졌다. 올해는 백내장 수술을 꼭 해드려야겠다 싶었는데 한 고집하시는 우리 엄마는 결국 강하게 거절하고 계신다.

엄마에게 “내가 여기 와서 함께 살까?”하면 “싫어!”하신다. 이런 어머니를 언제까지 혼자 두실 수는 없겠다 싶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내일은 내일 또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 거야 ~”라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오늘 하루도 새날을 맞아 새롭게 살아보고자 한다. 늘 새로운 날에는 새로운 일이 생기니까 그렇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J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집에 가는 길에 차 한잔 하시고 가세요.”한다. J는 나더러 작은 형님이라고 부른다. J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 줄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힘들었던 예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자.

나는 오늘도 일기처럼 이런 글을 쓰면서 가만히 나를 응시해 보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은 분명 새로운 시간이고 나 자신은 날로 솔직하고 새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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