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처음엔
“일단 현장 경험부터 쌓자”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치과에서 환자 응대와
진료 보조를 반복하다 보니,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의 경계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특히 스케일링이나 예방 처치처럼
‘직접적으로 환자 상태를 관리하는 영역’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 생겼고,
그 부러움이 자꾸 목표로 바뀌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 남아 있던 게
치과위생사 면허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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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가 고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은 커지는데,
“그래서 뭘 하면 되지?”라는
질문 앞에서 계속 멈추게 됐어요.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도
공부를 병행할 수는 있을 것 같았지만,
치위생학과로 가려면 학교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줄만 알고 있었거든요.
오프라인 대학을 다니는 건
현실적으로 자신이 없었습니다.
출퇴근만 해도 하루가 끝나는데,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이동하고 수업 듣는 생활을
상상하면 바로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편입’이라는 방법을
중심으로 조건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치위생학과로
다시 진학할 때 편입을 활용하더라고요.
여기서 또 한 번 걸린 게
‘자격요건’이었습니다.
저는 전문학사나 일정 학점이 없어서
바로 지원할 수 없었고,
그 사실을 확인한 날은
괜히 마음이 축 처졌습니다.
목표를 잡는 순간부터
이미 멀게 느껴졌는데,
시작선 자체가 없다는 걸 보니
더 멀어 보였거든요.
그래도 포기하기엔
마음이 너무 커져버려서,
“그 조건을 만들 방법이 없을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학점은행제를 알게 됐습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내가 직접 한다’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온라인으로 학점을 만든다는
말이 쉽게 들렸고,
괜히 시간만 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으로 결정하지 않고,
제 상황에서 가능한지부터
하나씩 체크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정리한 건 세 가지였습니다.
지금 일을 그만둘 수 없는지
오프라인 수업이 가능한지
편입 조건을 만들 수 있는지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선택지가 확 줄었습니다.
‘대학에 다시 입학’이 아니라
‘학점부터 만들기’가 먼저였고,
그게 가능한 루트가
학점은행제라는 결론에 가까웠습니다.
이 지점에서 제 마음이
한번 확 꺾였어요.
치과위생사 면허증이
막연한 꿈이 아니라,
‘단계가 있는 목표’처럼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학점은행제로 편입 조건을
만들기로 결심한 뒤에는
오히려 마음이 덜 흔들렸습니다.
해야 할 일이 구체적이니까,
불안이 “오늘 뭐 하지?”로 바뀌더라고요.
저는 ‘완벽하게’ 하려다 무너질까 봐,
처음부터 욕심을 줄였습니다.
퇴근하고 강의를
한 번에 몰아서 듣기보다,
주 단위로 나눠서
“이번 주엔 몇 강, 과제는 언제”처럼
현실적인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직장인은 컨디션이 들쭉날쭉하니까요.
물론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야근이 있는 주에는 계획이 무너졌고,
그럴 때는 “내가 너무 늦게 시작했나”
같은 생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치과에서 바쁜 날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노트북을 켜는 것 자체가
버거운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마다 저는 목표를
한 문장으로 다시 적어봤어요.
“나는 치과위생사 면허증을 위해 조건을 만드는 중이다.” 이렇게요.
말이 단순하면, 마음이 조금 덜 흔들렸습니다.
학점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조건이 안 된다’는
문장만 보였는데,
그때부터는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가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변화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난 안 돼”가 아니라
“난 지금 만드는 중”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치과위생사 면허증을
단순히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쪽으로 이동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편입 준비에서 제가 가장 신경 쓴 건
실수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서류나 일정은 한 번 놓치면 허무하니까,
작은 것도 습관처럼 체크했습니다.
어떤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지,
학점이 어떻게 인정되는지,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정리해두면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저는 원래 계획을 잘 못 지키는 편이라,
‘체크리스트’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두는 게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는 스스로에게 “너무 단정하지 말자”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으니까,
‘무조건 된다’가 아니라
‘될 가능성을 높이자’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줄었고,
오히려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이 목표를 떠올리면 설레지만,
동시에 겁도 조금 남아 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겁 때문에
멈추지는 않게 됐습니다.
가끔은
“그냥 지금 일에 만족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매일 환자를 만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해졌던 순간들이
자꾸 떠올랐어요.
그때마다 마음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저에게 치과위생사 면허증은
‘더 나은 직업’이라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정리하면, 저는 고졸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치위생학과 편입을
바로 할 수 없었고,
학점은행제로 편입 조건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조금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방법이 없다”가 아니라
“방법을 찾았다”는 감각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앞으로도
제 선택을 지탱해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께
제가 조심스럽게 남기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시작이 늦어 보여도,
조건은 ‘만들 수 있는 것’
이라는 점이요.
저도 처음엔 겁이 먼저 났는데,
조건을 하나씩 쌓아가니
‘다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 ‘다음’을 향해
계속 가는 중이고,
그 끝에 치과위생사 면허증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