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망치고 나서
한동안은 아무 계획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냥 재수를 해야 하나,
학원을 다시 등록해야 하나
그런 생각만 반복했어요.
주변에서는
“1년 더 하면 되지”라고
쉽게 말했지만,
저는 그 1년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같은 방식으로
도전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게
인하대 편입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제 이야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저는 고졸이었고,
대학을 다니다가 옮기는 사람들
이야기라고만 여겼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찾아보니
일반편입이라는 전형이 따로 있고,
일정 학점만 충족하면
지원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그 ‘일정 학점’이었습니다.
고졸인 저는 당연히
바로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어요.
그걸 확인했을 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역시 재수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이
쉽게 접히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더 알아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학점은행제를 알게 됐습니다.
일반편입을 위해
필요한 80학점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을 보면서도,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이게 정말 대학 편입으로 이어질까?”
싶은 의심이 컸거든요.
그래도 재수를 다시 준비하는 것보다,
방향을 조금 틀어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재수를 선택하는 대신,
인하대 편입을 목표로
조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목표가 분명해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조금 정리됐습니다.
막연히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80학점을 채운다’는
구체적인 단계가 생겼거든요.
학점은행제로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마냥 편한 건 아니었고,
오히려 스스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금방 흐트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주 단위로
목표를 나눠서 정리했습니다.
이번 주는 몇 강,
과제는 언제까지,
시험은 언제인지
하나씩 체크했습니다.
중간에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대학 생활을 시작했는데,
저는 다시 학점을 쌓고 있다는 게
괜히 비교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다시 한 번 인하대 편입이라는
목표를 떠올렸습니다.
재수 대신 선택한 길이니만큼,
적어도 끝까지는 가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80학점이 절반 정도 쌓였을 때는
아직 멀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이걸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점이 점점 채워질수록
고졸이라는 사실이 예전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제 자신감을 조금씩
바꿔놓은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80학점이 충족됐다는 걸
확인했을 때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막혀 있던 길이
드디어 열렸다는 느낌이었어요.
이제는 정말 인하대 편입에
지원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게 실감났습니다.
지원서를 작성하면서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혹시 놓친 게 없는지,
서류는 정확한지,
일정은 맞는지
계속 체크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던
도전이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지원 버튼을 누르던 순간에는
긴장보다는 담담함이 더 컸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큰 변화였거든요.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결과를 여러 번
새로고침하면서 확인했고,
혹시 떨어지면
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하나는 분명했습니다.
재수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던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했고,
저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합격을 확인했을 때는
한동안 말을 못 했습니다.
믿기지 않아서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봤어요.
고졸로 시작해서 조건을 만들고,
결국 인하대 편입에 합격했다는 게
쉽게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다른 길을 알아보길 잘했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수능 성적이 아니라,
그 이후의 선택이
제 방향을 바꿨다고 느낍니다.
재수를 했다면
또 다른 결과가
있었겠지만,
저는 조건을 만들고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조금 더 믿게 됐고,
단순히 점수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누군가 저처럼
수능 이후 갈림길에 서 있다면,
무조건 편입이 답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고졸이라서 시작조차
못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조건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한 번쯤은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고는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 확인 끝에
인하대 편입이라는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결국 합격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저는 고졸로 수능을 망친 뒤
재수 대신 학점은행제로 80학점을
만들어 일반편입을 지원했고,
그 결과 인하대 편입에 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우회로처럼 느껴졌던 선택이,
결국은 저한테 가장 맞는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