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라는 정글에서 탈출하기

feat. Unknown Mortal Orchestra

by 다섯째

길거리에는 걸어가면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네만 위험하면 모를까. 계단이나 좁은 길목에서 핸드폰 보면서 느리게 걸어가며 길막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길 가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마땅히 앞에 집중해야 할 시선을 핸드폰에 가둔 채로 다가오다 부딪힐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걸 생각하면 언젠가 그 네모난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에 의해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얼마 전부터 그러한 사람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심심한 통학길에 지하철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주위에 포진해 있는 시선들을 피해다니는 것도 힘드니, 그저 원하는 게 다 있는 핸드폰 속에 시선을 의탁하는 것이다. 항상 도는 로테이션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 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의탁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끝내 차량과 역을 벗어나 나도 길거리에서 폰 보면서 걷기 대회에 참가해 버리는 것이다.


마치 완벽한 가상 세계인 매트릭스에 갇힌 것처럼 핸드폰 세상에 갇힌 동안에는 외부 세계의 다른 소중한 것들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요즘 음악 리뷰를 적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는 핸드폰으로 음악 들으면서 통학하는 게 그렇게 즐거웠는데 요즘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으니까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감동이 줄어드니 리뷰의 원동력이 되는 진심도 덜 우러난다. 이러한 침체기에서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Unknown Mortal Orchestra의 "Can't Keep Checking My Phone"(전화를 확인하지 못해)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UMO의 프론트맨인 루반 닐슨이 페루로 여행을 간 연인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이다.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루반의 근심과는 달리 그의 연인은 페루에 홀딱 매료되어 돌아올 생각은 뒷전으로 미루고 전화로 인상적이었던 경험들을 늘어놓느라 바쁘다. 노래에서는 기타 소리가 잦아들어 긴박한 드럼이 강조되는 그 부분인데, 가사를 짧게 토막내 놓아서 수신 상태가 불량한 통화를 표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둘 사이에는 <꽃보다 청춘>에서 마추픽추에 깔려있던 안개처럼 음습하고 축축한 공기가 가득 메우고 있는 듯하다.


제목에서처럼 루반의 연인이 전화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 불량한 수신 상태 때문인지, 여행하느라 바빠서인지, 아니면 2절에서 얼핏 드러나는 서로 간의 피로감 때문인지는 생각에 따라 다르겠으나, 만약 여행 때문이라면 상상컨대 그녀의 여행이 진정으로 즐거웠던 것 같기는 하다. 휴대용 매트릭스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빠져들 수 있는 외부 세계, 그것을 온전히 느끼는 참된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여행이다.


6년 전 첫번째 해외 여행부터 큰이모의 말에 따라 지금까지도 나름대로 해외 여행에서 지키고 있는 규칙이 바로 '휴대폰 사용 최대한 줄이기'이다. 지도나 카메라를 쓸 때 이외에는 폰을 주머니 속에 고이 넣어두고 여행에 최대한 집중하자는 것. 첫번째 때는 조금 지키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여행 가면 오히려 핸드폰을 쓰는 순간마저 너무 아깝다. 여행을 가면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설레는 건데 핸드폰을 쓰면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되니까.


일상도 여행만큼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핸드폰 중독을 치료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그것이 힘듦에 자괴감을 느끼노라면 차라리 핸드폰이라는 정글의 수렁에서 뛰쳐나와 진짜 정글로 탈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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