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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구분하여 인연 맺기

상처가 열등감을, 열등감이 상처를

by 유진 박성민

상처가 열등감을, 열등감이 상처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얼마전 갑장의 업무 따돌림으로 힘든 적이 있다.

사회적 관계인 갑장은 조직의 정례화된 규칙을 따르지 않고

업무에서 여러차례 노골적으로 나를 배제시켰다.


그 이유를

혹자는 갑장의 경쟁의식 때문이라고 하고혹자는 너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라고 하고

혹자는 갑장의 열등감 때문이라고 하고

혹자는 갑장이 너를 우습게 봐서라고 하고

혹자는 네가 너무 착해서라고 한다.

착하다는 말은 죄책감의 무마라는 책도 있는데

갑장을 아는 쎈 언니는 그런 인간은 무시하란다.


하기사 몇 년 전에 지인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가 어떻고, 뭐는 어떤데

거기에 성격까지 좋은 것이 단점이라고 평가하는 이가 있다고 전해주었다.

장점을 순식간에 단점으로 만드는 언어의 마술까지 더하여 복잡한 심정이었던 적이 있다.


특유의 오지랖으로 그 갑장의 위기를 해결해 주었던 경험에 의하면

배은망덕하게 왜 그럴까 의문이 들었다. 단한번도 '아구 그랬구나. 미안했어요'라는 가벼운 사과조차 할 줄 몰라, 빈번히 말로 상처를 주는 사고를 친 후 '제가 좀 부족한 사람이에요' 하고 매번 현실 직시를 안하고 과오를 슬쩍 넘어가는 갑장의 특성을 검색하니

정신과 의사들이 조심하라는 인간유형, 절대로 엮이지 말아야 하는 인간유형 등에서피해자처럼 행동하는 사람, 작은 권력 휘두르기, 남탓만 하는 사람약점 파고들기,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기, 욕심으로 움직이는 사람, 말은 번드르르하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람,소시오, 나르스시스트, 본성이 악한 사람 등 많기도 하다. 아우 ~ 미움이 내 마음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어떤 경우에도 업무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지 못하는 갑장은

그 의견을 낸 이유를 궁금해 하거나 묻지 않고

상대의 불편함을 살피거나 배려 부족에 대한 미안함 표시 없이

의견도 공격으로 받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을 소환하여 의견이 합당하지 않은 이유를 다짜고짜 설명한다.

게다가 본인의 기억이 정확하다고까지 한다.

누구나 기억은 정확하지 않은데 말이다.


다음으로 업무담당자인 본인에게 한 말을 업무를 조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내 의견으로 얼마나 상처받았을지를 감정적으로 호소한다. 이상하다. 나는 리더인 갑장에게 의견을 낸 것인데, 그 상황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끌여들어와 자기 감정의 도구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갑장은 복을 빌어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까지 문자로 남긴다.

내가 복을 안빌어주는 관계라고 설정한건지, 본인이 내게 복을 안빈다는 것인지, 자신의 행실로 내가 본인을 위해 복을 안빌거라고 생각해서인 알 수 없지만 복을 받고 싶기는 한가보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갑장이 선포한 화두는 포용이다.

그러나 완벽주의 사고에 갇혀 의견에 수세적인 사람에게는 어떤 아이디어나 의견도 제안할 수 없다.

주변에 반백이 넘어 타인의 의견을 공격으로 받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점점 이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상대의 무례함을 내가 받지 않으면 되는 건데

좀처럼 자비와 용서의 마음이 들지 않는다.

유독 나한테만 왜 이럴까 싶다.


유튜브 검색을 하다가 알고리즘은 어느덧 내 취향을 저격한다.


스쳐갈 인연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

마음 좋은 사람이 만드는 민폐였다.


각자 편한대로 사는 것

흘러가는 것을 흘려보내는 자유

침묵은 불은 끈다.

집착을 내려 놓기

묵언의 공덕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과 놓음과 비움


헤어짐을 통한 해탈

시절 인연이 다한 것

조용히 놓아주기

결론은 성장시킨 인연이라고 생각하기

다음 인연이 들어오겠지


남을 이해하려고 하다가

결국 나를 이해하게 된다.

내가 정신 나갔었어.

조언이 필요하지 않는 이에게

업무의 발전적 의견을 냈고,

알아주길 강요한게 되었다.

나의 인정욕구 결핍으로 발생한 것이다.

내 의견이 상대의 입장에서는 발전안이 아닐 수도 있다.


관계, 그게 뭘까 읽으려 한다.

관계는 성장만이 아니라 아프게도 한다.

현재의 정리는 상대에게 진심이 닿지 않으면 내탓이 아니다.

오지랖인지, 진심인지, 상대의 문제인지 혼란의 블랙홀에서 내 인생이 소중하다는 건 변치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결론

내가 상처받았던 갑장의 반복된 예의 없는 태도는

사람을 구분하여 인연을 맺으라는 지혜를 주신 시련이었다.

하여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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