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병

일이 여행이고, 여행이 일이다.

by 유진 박성민

15년만의 휴식으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중국-제주-중국-제주 일정 계획과 실행으로 휴식기에 하려고 미뤄두었던 일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워커홀릭이라고 자꾸 쉬라고 하는 가족과 주변 지인의 조언 덕분에

완급을 조절하며 놀러다니는 것에 신이 난다. 갓성비를 고려하여 일정에 따른 교통비와 여비 등을 뚫어지게 보고 코파일럿에게 훈수를 받으며 계획을 세우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마치 오랜 기간의 보상을 받는 것처럼 신나게 보내다가도

귀한 시간을 흥청망청 보내는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몰려온다.

노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하는데 글쓰기가 노는 것이라고 여기는 내게

날밤 새는 줄 모르고 시간을 보내듯 또 다른 즐거움을 건넨다.


사람들은 일을 그만하고 여행을 가라고 하지만 내가 하는 연구나 글쓰기 작업이 여행이고,

물리적 여행은 글감을 저절로 얻는 체험이고 일이다.

흔히 말하는 여행이 내게는 업무인 셈이다.


이렇게 고정된 관점을 벗어나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덜 든다.

살면서 여러번 제주도를 다녀왔지만 유채꽃밭과 한라산을 가보지 못했다.

보고 싶어 벼르던 제주 함덕의 유채꽃을 보며 "누가 꽃이게?" 놀이를 하고 왔다.

조만간 친정어머니 팔순 기념으로 언니와 함께 한라산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모처럼 여자들의 여행이 업무가 되지 않도록 재미있는 이벤트는 무엇이 있을까 찾는 중이다.

일년 전 여행 계획이 무모하다고 생각되었지만 고유가로 힘든 요즘

미리 예약하길 잘했다는 친정어머님의 말씀에

일년 전 업무가 일이 아니고 휴식을 위한 여행 계획 놀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귀를 열어놓고 참고하는 것만으로 윤택해진 나의 삶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어지러운 세계의 전쟁으로 힘든 이들에게 미안함을 지울 수는 없다.

누군가의 행복에 누군가는 불행하게 느끼기도 하기에......노는 병에 빠져 브런치 쓰기를 놓쳐버린 난

아슬아슬한 세계 정세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행운의 열쇠가 되는 국가의 사람이고 싶다.






유채꽃.jpg


작가의 이전글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