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한하지 말자
지도했던 유아 중에 청각장애를 1차 장애로 갖고 있으면서, 발달지체를 중복장애로 가진 유아가 있었다.
7살이 되어 처음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그 때까지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아이는 눈맞춤이 안 되면서, 싫은 음식은 철저히 거부하였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부모님은 수유, 이후 유동식을 거치다가 떠먹는 요구르트를 주식으로 먹이는 상황이었다.
유치원 적응기간이 지나고, 첫 점심 시간을 맞이하였을 때
아이는 당연히 음식을 거부하였다.
손으로 밀어내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부모 참여수업을 함께 하는 할머니께서는
안스러워 하시며 그냥 떠먹는 요구르트만 먹이자고 하신다.
그것도 스스로 떠먹지 않고 모두 떠 먹이는 형편이었다.
처음 며칠간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부모 상담의 결과를 토대로 관찰만 하였다.
반찬은 고사하고, 밥 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일상이었다.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었다.
밥을 조금 떠서 떠먹는 요구르트에 적셔 먹이는 방법이었다.
밥에 떠먹는 요구르트를 적셔 먹는 맛을 본 사람만이 알리라!
처음 쌀의 질감이 싫던 아이는 거부하였지만, 조금씩 먹이니 저항의 정도가 약해져갔다.
이후 밥에 국을 살짝 적셔 떠먹는 요구르트에
다시 밥에 반찬을 조금 얹져 떠먹는 요구르트에
아이는 음식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씹어야 목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도 터득해 갔다.
일년이 다 되어 갈 때 아이는 떠먹는 요구르트에서 벗어났다.
순수한 된장맛과 콩장맛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씹고 있었다.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종종 경험이나 기회의 부족, 아집 때문에 경험을 거부한 결과로 또는 이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배려로 다양한 맛을 소개받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된다.
음식의 맛을 알게 되면, 편식의 해소만이 아니라 더 즐거운 맛의 세상을 깨닫게 된다.
가끔 편식지도 이후에 나타나는 비만이 걱정이긴 하지만......
부모의 걱정거리 중에 하나인 편식지도는 즐겁게,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며 지도해야 한다.
2011. 1. 31 벌써 이달이 마지막날에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이가 기뻐하는 새로운 맛을 선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