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 애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에요

직면이 어려운 양육

by 유진 박성민


장애학생 인권변호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들 앞에서 장애가 있는 학생이 장난감처럼 다루어진 중학교 학폭 사건의 자문을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기에 만약 학폭 사건에 의해 징계가 결정되면 가장 수위가 쎈 강제 전학을 가야 한다. 즉, 의무교육대상자인 중학생의 강제 전학은 퇴학을 의미한다.

그래서 시도가 다른 학교에서 중학생이 전학을 온다면 부모의 직장 이동으로 인한 이사 때문인지, 강제 전학인지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중학교의 특수교육대상학생 중에는 장애인 등록을 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학생이지만 완전통합교육을 선택했거나, 시간제 또는 전일제 부분통합교육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장애인 등록을 하였지만, 특수교육대상자로 등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학폭 사건의 첫번째 사례이다.

어느 중학교에서 음악과목 수행평가를 위한 팀과제를 받았다.

청각장애학생과 한 팀이 된 또래 급우들은 곡 하나를 피리로 불기 완주 과제를 받았다.

청각적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청각장애학생은 과제를 학습하기 어려웠다.

같은 팀의 중학생 친구들은 팀과제의 수행 정도에 의해 점수를 부여받으므로

연습을 해도 피리 불기가 어려운 청각장애가 있는 친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자를 일부러 떨어뜨리면 주워먹으라고 하는 장난부터 시작하여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참다 못한 청각장애학생은 부모님에게 상황을 말씀드려 4명의 또래는 강제전학을 가게 되었다.

4개의 책상이 비어 있는 썰렁한 교실을 보며 도대체 어른들이 책임 진 것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교사를 처벌하라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징계 외에 재발 방지를 위해서 개선된 것은 무엇인가.


통합교육을 위해서 장애학생만이 아니라 일반학생을 위해서도 교수적 수정(Instructional Adapation)에 '자료의 수정', '평가의 조정' 등이 있었지만 음악교사는 그 방법을 몰랐다. 모든 학생의 참여의 동등성(equility)만 강조하느라 형평성(equity)을 고려한 피리 불기에서 솔부터 레까지는 테이핑을 하여 소리가 안나게 하는 자료의 수정 방안, '도~솔'까지만 연주해도 된다거나, 4마디~8마디의 한소절만 연주해도 인정해주는 평가 방식의 수정은 최상의 점수는 아니어도 기본점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써 평가의 조정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점수의 노예가 되어버린 중학생들은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청각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도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더 아쉬운 점은 특수학급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특수교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점이다. 물론 장애인 등록상 청각장애학생이 특수교육대상학생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하기사 울 아들 덕에 자소서(친구가 동기가 되어 과학자가 될 결심)를 잘써서 희망하는 대학에 갔다며 고맙다고 했던 아들넘 친구의 어머니는 잊었겠지만 언젠가 울 아들과 같은 조를 하면 특정 과목의 점수가 낮아져서 서로 다른 조가 되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도 있었다. 긴 인생에 중학교 어떤 과목의 수행평가 점수가 그리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일까.


점수의 노예가 된 학생들은 청각장애인 친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점수의 노예가 된 부모들은 자녀의 친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학폭 사건의 두번째 사례이다.

중학교 학습장애학생의 휴지 셔틀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친구가 학습장애가 있는지 몰랐다.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이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의 장애를 친구들이 모르기를 바랬다.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을 친구들은 유순하고 순응적인 학생으로 알았다.

곽티슈에서 휴지를 뽑아달라는 요청을 시작으로 장난에서 도를 지나쳐

티슈 한장에 만원 셔틀이 되었다.

학폭 사안이 발생하자 학습장애학생의 어머니는 자녀가 학습장애라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한 것이다.


간혹 이런 문제를 접할 때 또래 학생들에게 자녀의 장애를 미리 알리는 것이

나은지, 모르게 두는 것이 나은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굳이 알릴 필요가 없지만,

초등학교 3-4학년부터는 지적장애가 무엇인지, 자폐성장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므로

장애의 특성을 알려주는 것은 오히려 장애가 있는 친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칫 자녀를 보호한다고 장애인 등록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가 또래와 문제가 발생할 때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주장한다면 또래들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깊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또한 학폭의 처벌적 관점의 결과는 일반학생의 장애인식과 공감능력을 변화시키는데도 기여하지 못한다.


심지어 내 자식이 아니고 남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학생이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단으로

유희거리가 된 학생의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었는데도

가해자는 여전히 학교를 다니는데도

피해자에게 계속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검사만 받으라고 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결국 학교의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하여 더 분리와 격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양육 상담을 할 때 어려운 사례의 공통점은 대체로

부모가 자녀의 교우관계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우와

'우리 애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양육에서 부모의 직면은 어렵다.


ADHD를 가진 자녀를 키웠던 어머니는 번번히 학교의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으면

친구들에게 떡볶이 사먹을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거나 용돈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보고가 있었다는데도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라고 방어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적 과정일 수 있지만

절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도, 부모는 자녀에게 편안하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금지와 제한, 억압은 거짓말을 유도하고 숨어서 몰래하는 잘못된 습관을 갖게 하며

마치 꿩이 땅에 머리를 숨기는 것과 같은 행동이 생존전략이듯

거짓말이 안걸리면 된다는 임기응변에 능숙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장애학생의 행동상의 어려움에서도 부모의 방어적 태도는 빈번히 관찰된다.


양육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의 작은 잘못을 때로는 못본척 넘어가거나 알아듣게 설명하는 지혜가 있다.

마음이 미어지지만 자녀의 큰 잘못을 직면하고 훈육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하고, 자녀가 장차 바르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부모됨의 과정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녀가 만나는 사회적 관계의 첫 대상자일뿐 아니라 첫 스승이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유아의 편식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