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식 산파법 - 질문 잘하는 방법
지난해 짬을 내어 최재천 박사님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여유로운 대면 명강의뿐 아니라, 자연과학의 최신 연구 방법 동향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
놀라운 점은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AI로 작성한 연구논문을 SCI급 연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아 이제는 논문을 AI로 써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논문지도 요청으로 돕던 학생 중 한명은 글맛이 독특하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여 오죽하면 내 논문의 윤문을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었다. 아니나다를까 그 학생은 석사학위를 받고서야 본인이 이미 출판한 책을 내게 선물하며, 그제서야 등단 작가라고 커밍아웃을 하였었다.
그럼 그렇지... 학문으로의 입문과정인 석사 과정생이 글을 참 잘쓴다 했더니만...
이후 박사과정에 진학한 학생은 여전히 논문작성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검토를 요쳥하고 있다.
덕분에 나의 전공 분야가 아니지만 학문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2년 전 하루는 논문 초안을 작성하여 보냈는데 이상하리만큼 특정 단락에서 그 학생의 글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도 이상하여 "선생님 이 부분은 선생님이 쓰신게 아니고, 혹시 AI가 쓴건가요?"라고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그 학생은 깜짝 놀라며 그것을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다.
ㅎㅎㅎ 나는 그 학생만큼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읽을 때 그 사람만의 글맛이 있다고 전하며
글 자체는 수려하고 중립적으로 잘 써져있지만, 평소 학생의 글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담백함과 감흥이 좀처럼 일지 않았기 때문에 추측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중학생때 중도실명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된 대학생이 문헌정보학 전공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 가끔 소식을 전하는데 5년여 전 즈음 AI가 논문초록을 너무 잘 쓴다며 인간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 나도 전세계인들처럼 Chat GPT에게 그림을 여러장 그려달라고 요청하였었다.
참고 이미지를 제공했음에도 참고이미지의 구체성에 여부에 따라 창작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소요되었다.
AI도 창작 시간이 오래 걸려서 능력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것인지 묻는 것을 불쾌해 하였고, 작업 시간이 오랜 시간 소요되어도 인내하며 친절하게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AI도 칭찬과 격려, 감사 인사를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AI에게 이미지를 제공하고 몇장의 삽화를 요청한 결과 AI에게는 질문을 잘해야 원하는 장면의 그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AI 질문방법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1.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2. 맥락 제공하기
3. 적절한 질문유형 사용하기
4. AI의 한계 이해하기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사고력을 의미한다.
소크라테스식 산파법처럼 질문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질문을 해야 한다.
호기심과 관찰력은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다. 관심과 애정어린 시야를 가지면 질문을 유연하게 할 수 있고
융통성 있는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빅데이터가 쌓일수록 앞으로 누구의 필체나 문체로 논문을 써달라고 하면 그리 작성이 될 것이다.
물론 누군가의 글맛을 그대로 살린다는 것은 빅데이터의 규모와 정확성 등에 달려있을 것이다.
앞으로 AI가 인간마다 다른 고유함을 과연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 격변 중에도 나는 내 자료를 빅데이터에 주기 싫다. 자료가 많지도 않으면서 오만인 것이다.
김장하 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어보면 베풂은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으며, 심지어
사람의 인생과 인상을 바꾼다고 되어있는데 이에 동의하면서도 막상 AI에게 선뜻 내주기가 어렵다.
왜 일까? 역시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다.
삶에서 절대 옳고 절대 그름은 없다고 하지만 인간사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AI와 인간의 관계 설정이 가치 측면에서 세상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계속 궁금해진다.
지금의 내 생각이 이미 틀렸거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외현적 행동은 사고와 정서 및 신체(운동성) 등과 연결되어 있기에
AI가 인간의 정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 영화에서 보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감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