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권리가 되지 않도록 하자!
교사 시절 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감이 내게 심부름을 시킨 적이있다.
종이가방에 든 책을 중등교사 연구실에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어렸던(?) 내가 편안해 보여서인지
아니면 당신과 함께 근무하셨던 이전 학교의 교감선생님과 내가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아셔서인지
부탁이 아닌 지시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나이도 경력도 더 낮은 교사로써 상사의 지시에 배려를 하였다.
나는 주어진 과제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편이라
중등교사 연구실로 전달을 하러 갔을 때 동료교사들이 벌써 수업을 간 상황이라
문 앞에 두고 오면 분실을 할까 우려가 되어 할 수 없이 교사실로 들고 와서
다시 시간 맞추어 전해주러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교감이 찾아와 지시를 완수했냐고 물으시어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그 다음
"선생님이 하는 일이 그렇지!" 라는 비난에 내 귀를 의심하였다.
엉 만난지 열흘도 안되었는데
순간
"저를 아세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라고 되묻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대응했을 것을
그때는 부임한지 얼마 안되는 교감과 나이도 어린 교사로써 반목하기 싫어 화를 꾹꾹 누르며 참았었다.
평소 친정 어머니는 우리 딸 똥도 버릴 것이 없다고 하시는데.
날 언제 보았다고 함부로 말하는 걸까.
나와 무슨 악연이 있는 걸까.
"교감선생님 저한테 왜 그러세요?"라고 되묻고 싶은 마음이 메아리쳤다.
이후에도 그 즉시 응대하지 못한 나를 자책했다.
요즘 같으면 갑질 신고 대상이었다.
교사의 배려와 호의를 당연시 하고, 교사를 야단치는 교감의 모습에 경악했던 경험.
이후에 알게 되었지만 복수 교감제로 운영되던 이전 학교의 지인인 교감선생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감정을 그분께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전근지 학교의 지인으로 평교사인 내게 감정을 투사했던 것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감정의 동물이라고 해도
사감이 반감이 된 사례에서
순수한 마음의 배려가 엉뚱한 사안으로 둔갑되었을 때의 황당함과 충격적 경험이 간혹 떠오른다.
다행히 그녀가 규정한 나에 대한 평가를 내가 수용하지 않았기에 당분간의 분노로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동료나 부하직원을 함부로 대하거나 말하는 사례는 지금도 매체에서 종종 접하는 사례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권력(권세)이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보다 더 베풀라는 의미이지, 권력을 휘두르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후회의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호의가 권리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마음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한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