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역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웠다.
흡인력이 대단했다. 책을 들면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인류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이고 그조차 지금은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인류의 역사를 한눈에 펼쳐 보여주고, 그것도 명쾌하고 통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읽는 재미가 남다른 이유에는 그의 문학적 재치가 돋보이는 글솜씨도 한 몫하고 있다.
‘사피엔스’는 이 지구에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해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책 겉표지에 쓰여있는 문구처럼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책이다. 그는 인류가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는데 그 발전에 비해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라리도 말했듯이 인류의 행복의 문제는 역사학자들의 연구대상이 아닌데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서 우리의 깨워준다는 점에서 그의 질문은 대담하고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이라는 네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인류혁명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유전자의 차이는 별로 되지 않는데 인류는 어떻게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영장류들은 수십만 년 전 삶의 형태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까? 차이의 시발점이 인지혁명이다. 인지혁명이란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약 7만 년 3만 년 전 사이에 나타난 인지혁명 이래 인류의 대단한 발전을 도운 것은 다른 영장류와 차별화된 협동 능력인데,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게 만드는 동력은 “상상의 질서”(달리 표현하면 신화 또는 허구 등)이다. 복잡한 언어를 발전시키고 상상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영장류의 차이라는 것이다.
2부 농업혁명에서 또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농업혁명을 통해서 인류가 수렵채집인에서 정착 농경민이 되었는데 곡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는 인류의 삶이 수렵채집인 때보다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업혁명을 통해 인류는 공동체적 삶이 깨어지고 누리는 계급과 끊임없이 노동을 해야 먹고사는 계급으로 나뉘었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한 맥락에서 하라리는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라고 말한다.
3부 인류의 통합은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류를 하나로 통합해 주는 상상의 질서의 출현과 그 질서들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보여준다. 그 보편적 질서는 화폐, 제국, 종교이다. 하라리의 표현을 빌면 “상업, 제국 그리고 보편적 종교는 모든 대륙의 사실상 모든 사피엔스를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지구촌 세상으로 끌어들였다.”
4부는 과학혁명이다. 이 책에서 4부가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인류 문명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났던 시기를 기술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과학의 발달의 배경에 먼저 등장한 것은 제국주의이다. “근대 후기의 성공한 제국들은... 과학연구를 장려했으며, 많은 과학자들은 제국주의 주인을 위해 무기, 의학, 기술을 개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라고 한다.
제국주의 이후는 자본주의가 과학의 발달을 부추기고 있다. 자유시장 원리를 등에 업고 인류는 무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그 성장의 동력이 과학과 기술이다. 성장은 지구촌의 열병이다. 그 열병 아래 불멸에 대한 인간의 꿈이 자라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술이 발달할 경우, 호모 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그 존재는 체격뿐 아니라 인지나 감정 면에서 우리와 매우 다를 것이다. 모종의 핵재앙이나 생태적 재앙이 개입하지 않는 한 그렇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하라리는 그 “기술”의 대표적인 것으로서 생명공학(그 예로 유전자 조작이 있다.)과 사이보그 공학(큰 예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있다.)에 대해 설명 해줌으로써 이것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높여주고 책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