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프 위버 Feb 25. 2023

신이 되고 싶은 인류: 사이보그, 화성이주, 인공지능


세계적인 작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 발자취를 다루고 있다면 ‘호모 데우스’는 현재 과학 기술의 발전 동향과 미래 과학 기술의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호모 데우스’란 인간이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신의 경지에 다다른 인류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류가 유인원에서 진화하여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면, 이제 인류는 호모 데우스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류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서 “기아, 역병, 전쟁”에서 거의 벗어나자마자 이제는 “불멸, 행복, 신성”을 얻고자 하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이러한 호모 데우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노화되거나 병든 몸의 일부를 교체하면서(다시 말하면 사이보그가 되어) 150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라리 말대로라면 이것은 신체 기관의 교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또한 결국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사람들이 화성으로 이주한다고 할 때 이는 역시 화성에 갈 우주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150살 수명이나 화성 이주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호모 사피엔스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컴퓨터 과학과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한 호모 데우스와 호모 사피엔스 관계는 현재 호모 사피엔스와 동물의 관계처럼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 사육당하는 가축들의 고통을 상상해 보면 섬찟해지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의 파급효과와 함께 하라리가 경고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데이터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신흥 종교는 데이터교가 될 것이고 현존하는 모든 종교의 힘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모든 생각과 정보를 데이터화한 다음에 모든 판단을 그 데이터에 맡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교의 기본 동력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고 중세에 종교가 사람들을 지배하듯이 이 데이터교가 사람들을 지배할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교를 통해 권력을 휘두를 사람들은 호모 데우스로 진화한 소수집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어두운 미래로 인류를 내모는 세력 중에는 우리가 자주 들어온 그것, 바로 신자유주의가 있다. 이것과 관련해서 하라리는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의 미래를.... 시장이 제멋대로 하도록 맡겨둔다면, 지구온난화의 위협이나 인공지능의 위험한 잠재력에 직면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516쪽)라고.


시장의 힘, 자본의 힘 앞에서 일개미 같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연인’에 나오는 분들처럼 세상을 탈출해서 살다가 조용히 이 땅을 하직할까? 아니면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자손들에게 화성으로 이주할 비용이라도 남기고 세상을 뜰까?


내가 평소에 즐겨하는 말이 있다. 시작이 반이고 관심이 시작이라는 말이다. 관심은 뇌라는 땅에 뿌려진 씨앗이다. 일단 씨를 뿌리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땅은 씨의 발아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미래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위한 시작은 관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오늘까지 마쳐야 할 일, 내 자녀의 진로, 부모님의 건강 등과 같은 일상적인 관심들 사이에 세상에 대해 그리고 인류의 행보에 대한 관심을 끼워 넣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등지지도 말고, 화성행 티켓을 위해 죽어라고 일만 하지 말고, 내 아이들과 내 아이들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의 첫 발을 떼보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쟁압박에서 집단 면역된 사회를 위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