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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의 영웅이 되기

by 라이프 위버

갑자기 영웅이라는 낱말이 나의 관심 영역에 들어왔다.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는 책을 접하고 난 이후이다. 책은 내용이 아주 방대해서 앞부분만 읽었는데 충분한 영감을 받았다.

캠벨은 영웅이 태어날 때부터 영웅이 아니며, 시련이나 모험을 통해서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시련의 과정은 성장소설의 주인공이나 요즘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영웅은 이 과정 후에 한 단계를 더 거친다. 바로 구원자로서의 역할이다. 영웅은 모험을 마치고 돌아와 또는 시련을 통해 성장을 한 후에 자신이 속한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온 예가 예수, 부처 같은 "우주적 영웅"이다.

캠벨은 우주적 영웅과 대비해서 "동화 속 영웅"을 언급한다. 사실 우리는 오늘날 우주적 영웅보다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동화 속 영웅에 더 익숙하다. 그런데 그런 동화 속 영웅들이 현실 속 우리를 구원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는 감히 생각했다. 우주적 영웅에 기대기가 쉽지 않고 우리가 속한 사회의 "국지적 영웅"도 희귀한 세상에서 개인은 자신에게 영웅이 되는 것이다. 이런 영웅은 무엇이라고 네이밍을 할까? 개인적 영웅?

그런데 내가 나를 어떻게 구원한다는 것인가?

기록적인 폭우가 있기 전에 예년에 비해 무척 더웠다. 그 와중에 나는 방학이라는 시기를 잘 활용하고 싶어 등산을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 목표였다. 나는 먼저 도봉산 우이암에 도전했다. 검색을 잘못해서 왕복 3킬로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편도가 3킬로였다.

땀을 비 오듯 쏟으며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우이암까지 갔다가 우이동으로 내려왔다. 그다음 토요일에는 수위를 낮춰서 북한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더위와 약한 근력이라는 악조건을 무릅쓰고 산행이라는 모험을 떠나고 그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나. 나는 성장했고 나는 나를 이롭게 했다. 몸에 이롭고 정신에 이로운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게 영웅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개인적 영웅의 행위는 위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조금 나아지는 것, 아주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것, 아주 작더라도 어떤 것에 새로워지는 것. 그렇게 우리는 날마다 영웅이 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이면 어떠랴? 내가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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