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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농촌 한 달 살기

by 라이프 위버

차가워진 삶은 감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가스버너를 켜고 호박 달걀전을 만든다. 냄비에 물을 붓고 찻물을 끓인다. 그렇게 준비한 아침을 먹고 옥외에 설치된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한다. 전형적인 요즘 나의 아침 풍경이다.

지난주에 경북의 한 도농복합도시로 한 달 살기를 왔다. 지난겨울 우연히 들린 한옥의 주변환경에 꽂혀서 그 집에 딸린 사랑채를 한 달 빌렸다.

공기가 좋아 아침에 잘 일어나지고, 아침과 밤에는 긴팔을 입어야 하고, 사랑채 옆에는 작은 소나무 언덕이 있고, 멀리는 대나무 숲과 그 아래 하얀 카펫을 깐 듯 펼쳐진 개망초 밭이 있다. 그 옆으로 한 귀퉁이 보여주는 저수지. 더 멀리 이 모든 자연을 감싸 안고 있는 산, 산, 산. 그저 이곳에서 지내는 것 자체가 피서이고 휴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꿀 같은 환경을 누리는 데는 대가가 있다. 그 대가는 불편함. 곧 몸의 불편함이다. 무릎을 꿇고 방을 닦아야 하고, 빨래는 손으로 해야 하고, 전자레인지와 전기밥솥을 이용하려면 작은 마루를 지나 방을 들락거려야 한다.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도시의 주부들이 있을까?

내겐 당연히 불편하다. 그런데 나는 이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한 달만 불편하면 되니까 기꺼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머리를 주로 쓰며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몸을 주로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이라서 머리를 주로 썼다는 소리가 아니다. 직업과 상관없이 나는 평생 몸 쓰는 일을 등한시했다. 그 결과 약한 근력은 약한 체력을 낳고 약한 체력 때문에 많은 시간을 직업유지에 할애하다 보니 근력은 더 약해지는 악순환 속에서 살아왔다.

은퇴 후에 귀촌을 하고자 하는 것은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몸 쓰는 일을 더 하며 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는 것. 편함에 너무 익숙하지 않을 것. 작은 불편함은 기꺼이 환영할 것. 앞으로는 그렇게 살고 싶다. 올여름 농촌에서의 한 달 살기는 향후 그러한 삶을 위한 워밍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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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