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골동네 노래교실의 명칭은 '청춘 노래교실'이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의미심장하다. 노래교실 참가자격은 60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3월부터 10월까지 총 30회 운영한다.
시골에 와서 처음 가입하는 사회적 모임이라서 개강 날 설레는 마음으로 면민복지회관으로 갔다. 수강료 만원과 회비 만원, 총 이만 원을 내고 등록을 했다. 개강을 기념한다고 푸짐한 간식이 나왔다. 회장도 뽑고 총무도 뽑았다. 회원은 대부분 여성인데 회장은 90이 넘으신 남성분이 되셨다.
부르는 노래는 거의가 처음 듣는 트로트 곡이었다. 발라드와 팝음악에 길들여진 나는 재미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노래를 부르면 심신에 좋겠지 싶어서 성의껏 따라 불렀다. 다행히 요즘 시에 관심이 많다 보니 노랫말을 유심히 읽었는데 작사가들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가사들이 모두 필부들의 삶이 녹아든 스토리였다.
바쁠 때는 빠지기도 해서 지난주에 세 번째로 참석했다. 진행 순서가 크게 바뀌어 있었다. 전에는 끝 순서에 혼자 노래를 하는 기회를 주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에 앞자리부터 한 사람씩 모두 마이크를 잡게 했다. 그다음에 노래를 함께 부른 후, 새로운 곡을 하나 배우고 마지막에 흥겨운 메들리에 맞춰 체조를 했다. 변화가 반가웠다. 노래방 타임에 먼저 가는 사람도 생기니(나도 그랬었다) 강사님이 순서를 바꾼 것 같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꾸는 강사님 모습이 좋아 보였다.
첫 시간에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잘 나서지 않으니 강사님이 이제 이사 온 사람이라고 나를 지목하였다. 최성수의 '동행'을 선택했다. 늘 원키로 부르던 노래인데 강사님이 남자 노래라고 키를 여자로 바꾸는 통에 제대로 부르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여성가수로 픽해서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불렀다. 전에 같은 층에 연구실이 있는 동료들과 노래방에서 함께 부를 때는 흥겨웠는데 혼자 불러서인지 그때만큼 신이 나지 않았다. 다시는 K관 3층에 있는 여선생님들과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때 노래방을 간 것도 10년 이상 같이 지내면서도 딱 한 번 가졌던 이벤트였으니 내가 은퇴한 지금, 더더욱 그런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갑자기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일주일에 노래 한 곡씩 혼자 불러도 기분 좋은 노래로 준비해서 가겠다고. 그래서 지금 연습 중인 곡은 노사연의 '바램'이다. 우리 집은 낮이든 저녁이든(모두 집안에 있는 저녁이 더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실내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행복하다. 큰방이나 부엌 식탁 쪽이 왼쪽 옆집과는 좀 떨어져 있고, 가까이 있는 오른쪽 옆집은 아주머니가 아주 가끔 내려오시고, 집 뒤는 포도밭이고, 집 앞은 버스가 하루에 네 번 다니는 신작로이기 때문에 내 노랫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염려는 거의 없다. 아파트나 빼곡한 빌라들 사이 단독주택에 살 때는 감히 실행할 생각을 못했던 일이다.
아는 노래는 거의 없고 멜로디도 익숙하지 않은 트로트 일색인 노래교실이지만 건강체조를 할 때는 신이 나고, 또 이렇게 매주 한 곡씩 도전하는 즐거움이 생겼으니 당분간은 노래교실에 꾸준히 나갈 것 같다.
이제 유튜브에서 '바램'을 틀고 노래연습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