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식물이 있어 행복합니다

by 라이프 위버

그렇게 살고 싶었다. 타샤 튜더처럼, 스콧 니어링 부부처럼.


오늘 처음으로 타샤 흉내를 냈다. 우리 집에 자라고 있는 자목련 가지와 전정한 모과나무 잔 가지를 화병에 꽂은 것이다. 근사했다. 귀촌한 지 한 달을 막 넘기고 실천한 일이다.

간식으로 쑥떡 한 개를 화병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먹었다. 브런치 작가 묵 PD 님의 말이 생각났다. 집에서 활짝 핀 벚꽃을 보며 브런치를 먹는 것이 호사라고 했는데 나도 그랬다. 지금까지 목련을 그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그 앞에 앉으니 목련 꽃잎들의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곡선, 수술과 암술의 아름다운 조화까지 발견하고야 말았다. 이런 호사는 집에 목련나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목련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는 기쁨이다. 사람이건 식물이건 한 존재를 깊숙이 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목련 외에도 꽃 핀 나무가 하나 더 있었다. 살구나무이다. 그런데 살구나무는 키가 너무 크고 꽃이 조금밖에 피질 않아서 꽃을 즐기지는 못했다. 다만 바람결에 떨어진 연분홍 꽃 잎 한 두 개를 깜짝쇼처럼 보았다.


나무 꽃들은 머리를 들어 올려다봐야 한다면 풀꽃들은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숙여서 봐야 한다. 원래 풀꽃들에 관심이 많았지만 내 집에 피니까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얀 냉이 꽃은 지금까지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내 집 안에 있으니 엄마 미소를 지으며 눈맞춤을 한다.

3월 초순에 이사 왔을 때 맨처음 나를 반겨준 꽃은 처음 보는 개쑥갓이었다. 꽃이 마치 푸른 바탕에 노란점을 붓끝으로 콕콕 찍어 놓은 것 같다.

개쑥갓꽃과 함께 보였던 것은 별꽃이었다. 개쑥갓은 시간이 지나면서 꽃이 민들레처럼 하얗게 돼버려 매력이 약해지지만 별꽃은 4월 중순을 넘긴 지금 더 귀엽고 씩씩하게 피어나고 있다.

4월이 되자 보인 것은 주름잎이다. 연보라와 짙은 보라색이 섞인 꽃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이 4월에 나를 미혹하는 것이 점나도나물이다. 하얀 꽃이 별꽃보다 더 크고 분위기가 화려하다. 특히 꽃잎 끝이 갈라져 있는 모양이 무척 정교하고 세련되서 감탄하게 된다.

아, 광대나물을 빠트릴 뻔했다. 잎이 광대 옷의 목부분과 닮았다고 이런 이름이 생겼다는데 꽃의 붉은 자주색이 보는 사람의 기분을 업시킨다. 서울 살 때 뒷 산에도 많이 펴서 군락지를 일부러 찾아다녔었다. 지금 여기저기서 피어나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

텃밭 둘레로 사방 1미터 정도는 밭을 갈지 않아서 이런 꽃들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또 어떤 꽃들을 머리 위에서 그리고 무릎 아래서 만나게 될까? 집안에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 영혼이 살찌고 있다.


사실 모든 식물이 나의 반려이다. 꽃들은 그들의 재롱이다. 지구에 식물들이 있어 행복한데 그들이 가까이 있으니 더 행복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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