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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Aug 26. 2023

그녀의 어깨 위에는 날개가 있다

흠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내 눈에 그녀의 흠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그녀의 어깨 위에서 날개가 보인다.

그녀는 천사답게 얼굴도 하얗고 예쁘며 피부도 좋다. 아마도 그녀는 00대를 위해서 파견된 천사일 것이다. 총동문회의 궂은일을 지금까지 묵묵히 도맡아 해온 걸 보면 말이다. 90학번이니 짐작컨대 족히 20년 넘게 일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총동문회장님과 총동문회 사무총장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녀는 사무팀장으로 늘 총동문회에 있었다. 그녀는 00대 총동문회의 산역사이고 이후에 00대 총동문회 역사의 레전드가 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영문과 동문회의 궂은일까지 해주었다. 영문과 졸업생으로서, 인력이 부족한 영문과 동문회를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자와 이메일 발송, 포럼 홍보용 현수막 주문 및 설치, 포럼을 위한 간식 준비, 장학지원단 입금 관리, 영문과 동문회 전체 회계 관리, 동문회 주소록 관리 등 참으로 많은 일을 맡아왔다.

아무리 천사라도 인간의 몸을 지니고 있는데 힘들지 않겠는가? 그래도 한 번도 불평하거나 인상을 흐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선배지만 나이차이가 많아서 어려웠을까? 같은 여자인 내게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평소에 눈치가 0단인 나는 그녀의 일이 많은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그래서 영문과 동문회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일거리를 덜어주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는 문자와 이메일 발송만 맡아주기로 했다.

민들레는 아무 곳에서나 꽃을 잘 피우지만 난은 잘 보호하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한다. 선한 사람은 그 선함으로 인해 힘들지 않도록 주위에서 잘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선함이 그녀가 자신의 꽃을 피우는데 잘 쓰일 수 있도록 말이다. 선함은 난처럼 귀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이니까.

그녀의 이름은 이현정(가명)이다!




(후배가 이 글을 보면 기겁을 할까 봐 이름은 가명을 썼습니다. 소박한 저의 브런치를 방문해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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