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나의 글의 수준이 과거의 것보다 현저히 나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나의 글에서 어떠한 희망이나 색다름을 발견했다는 의미도 아니다. 글감옥에 갇혀 있었다가, 더 이상은 나를 그 감옥 속에 유치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다시 글을 쓴다.
감옥에 있는 시간은 나름 유의미했다. 우선 글을 매일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와 졌다. 감옥 속에 있는 동안 글 쓰는 것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대신 한 두 명 작가님의 브런치만 방문하며 브런치와의 끈은 느슨하게나마 이어갔다.
약 한 달 하고도 스무날의 휴지기동안, 글쓰기에 관해 스스로 실험해보고자 했던 것들을 많이 이루지는 못했다. 다만 글쓰기에 관련한 책을 조금 읽었다. 책을 통해 글 소재를 찾는 법과 감정이 과도하게 난무하지 않는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글쓰기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안다고 해서 곧바로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쓰고 고치다 보면 점점 나아지리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변화는, 글 쓰는 행위자체에 부담을 덜고 나를 성찰하며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매일 10분 일기 쓰기이다. 내 머릿속에는 늘 나를 비난하거나 재촉하는 감독자가 있었고, ‘혹시 내 일기를 누가 보면 어쩌나’라는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일기는 늘 부담스러웠다.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아무도 모르는 계정에서 다큐먼트를 하나 만들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다큐먼트 안에서 때 꽤나 자유롭게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생각과 일상을 자유롭게 손이 가는 대로 쓰고 있다.
하루 중에 일어난 못마땅한 일이나 남편 때문에 화간 난 일도 그대로 적는다. 가슴에 고여 있을 뻔했던 감정들에게 일기 속으로 빠져나갈 길을 내어준다. 그러면 막혔던 가슴이 뚫린 듯 편안해진다. 일기의 맨 끝에는 감사한 일도 적는다. 아무런 감사한 일도 없었던 것 같은 하루였음에도 불구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감사한 것이 생긴다. 평소와 다르게 밥을 잘 먹은 딸내미의 소소한 일에도 감사를 느낀다.
흥미로운 점은 매일 10분씩 자리에 앉아 일기를 쓰니, 글쓰기 지구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공부도 머리보다는 엉덩이 힘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쓰는 행위를 계속해야 글이 써진다.
예전에 브런치만을 위한 글을 쓸 때는 글을 쥐어짜는 느낌이 있었는데, 일기를 매일 쓴 뒤 다시 일상의 글을 쓰니, 예전보다 글쓰기가 수월하게 느껴진다.
후에 ‘매일 일기 10분 예찬’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오늘 이 글은 감옥에서 나와 다시 한번 글을 써보겠다는 야심차지 않은 그냥 작은 출사표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이제 매일 쓰는 일은 중단한다. 대신 이틀에 한번 글을 쓰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매일 글을 쓰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작가님들은 매일 심지어 하루에 두 편씩 쓰기도 하지만 아직 나는 그 단계가 아님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틀에 한 번. 숨 쉬듯 자연스럽게 다시 써보려 한다.
글 감옥에 갇혀 있는 모든 이들을 격려하며…. 이 글을 마친다.